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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1일로 예정된 새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도 전에 출판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도서정가제의 도입은 출판계 최대 현안이자 오랜 요구사항이었다. 제 살 깎아 먹기 식의 지나친 할인 경쟁을 막고 출판 산업의 왜곡된 유통질서를 바로잡아 출판사와 중소서점을 살리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출판계와 정부 사이의 견해차가 부각되면서 과연 도서정가제가 온전하게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출판·서점계는 현재의 도서정가제에 대해 한목소리로 ‘절대 불가’를 외치고 있다. 엊그제 범출판계가 연 ‘올바른 도서정가제 정착을 위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는 정부안에 대한 성토대회를 방불케 했다고 한다. 새 도서정가제는 도서 할인 폭을 최대 15%로 제한한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출판계는 도서정가제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명확히 하지 않으면 편법 할인 등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인터넷 쇼핑몰 등 ‘오픈마켓’을 ‘간행물 판매자’에 포함시켜 도서정가제의 규정을 따르도록 하고, 배송료와 카드사·통신사 제휴 할인 등에도 15% 할인규정을 적용해 사실상의 추가할인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 100만원의 과태료로는 도서정가제가 또다시 사문화될 수밖에 없다며 처벌 기준 강화도 요구했다.

출판계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내놓은 '도서정가제'로 출렁이고 있는 출판계 (출처 : 경향DB)


출판계는 특히 정부가 출판계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음으로써 반쪽짜리 도서정가제를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문화부 관계자도 공청회에서 정부의 소통 부재, 행정 편의주의적인 태도에 대해 사과했다고 한다. 문화부는 도서정가제 시행을 미루더라도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출판계의 수정안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하지만 도서정가제가 저자와 출판사, 유통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여서 실마리를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미 부풀려진 책값의 거품을 빼는 정책도 빠져 있다. 독자들은 이동통신업계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으로 단말기 가격만 오른 것처럼 도서정가제로 책값만 오를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이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도서정가제로 출판시장을 살리겠다고 나선 정부의 안이한 발상과 때늦은 대책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지금이라도 출판사와 서점, 독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도서정가제를 마련해야 한다. 도서정가제가 제2의 단통법이 되지 않으려면 관련 규정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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