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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어처구니없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어제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에서 환풍구 덮개 붕괴사고로 관람객 16명이 지하 4층 20m 아래로 떨어져 숨지고 11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야외공연장에서 관객 27명이 환풍구 덮개 철망 위로 올라가 걸그룹 공연을 지켜보던 중 덮개가 관객들의 무게를 못 이겨 휘어지면서 붕괴한 것이다. 가수들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려고 환풍구에 올라갔다가 변을 당했다고 한다. 11명 부상자 가운데 심정지 등 중상을 입은 사람도 포함돼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여서 곧바로 소방당국이 출동했으나 이미 상황이 종료된 후였다. 참으로 안타깝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날 사고도 온전히 안전불감증에 의한 인재(人災)였다. 사고가 난 환풍구는 계단식으로 된 데다 턱이 1m 높이여서 관객들의 접근이 용이했음에도 진입을 막기 위한 안전시설은 전혀 없었다. 공연장에 안전요원들이 배치돼 있었으나 관객들의 환풍구 진입을 제지하지 못한 점도 큰 문제다. 환풍구 안에 낙하를 막아주는 보호물도 설치돼 있지 않아 사망사고를 예방할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연을 주최한 경기도와 성남시, 모 언론사는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공연을 강행했다. 공연 도중 사회자가 한 차례 환풍구 붕괴 위험을 경고한 게 전부였다고 한다.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환풍구 철망의 내구성이나 하중 인장성도 철저히 조사해 문제가 드러날 경우 책임을 물어야 한다.
17일 오후 지하 환풍구 덮개가 붕괴되면서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축제 공연장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부상자를 이송하고 있다. _ 연합뉴스
이날 사고는 한국이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안전에 관한 한 전혀 교훈을 얻지 못했음을 잘 보여준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거나 기본적인 안전시설만 갖췄어도 발생하지 않을 사고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사회 전체가 나서 안전이란 말을 닳도록 외쳤지만 헛구호에 불과했던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후진국형 참사를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정부와 시민사회의 안전의식에 문제가 없는지 성찰해야 한다.
아울러 환풍구는 이번에 사고가 난 야외공연장 말고도 지하철 주변 도로 등 도심에도 산재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올라설 경우 언제든 붕괴할 위험성이 있지만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들이 올라설 수 없도록 하는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환기와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 환풍구는 언제든 흉기로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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