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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세월호 침몰 당시 부실구조 책임으로 기소된 전 해경 정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인정했다. 광주지법은 전 목포해경 123정장 김경일 경위(해임)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구조 업무를 맡은 공무원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것은 처음이다. 사법부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판결로 평가한다.

재판부는 “김 전 경위는 123정 승조원들에게 눈앞에 보이는 사람을 건져 올리도록 지시했을 뿐 승객들을 배에서 빠져나오도록 유도하지 않았다”며 “김 전 경위의 과실로 상당수 승객이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하면서 유가족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경위가 123정 방송장비로 퇴선 방송을 하거나 승조원들을 통해 퇴선 유도 조치를 했다면, 일부 승객들은 선체에서 빠져나와 생존할 수 있었다”며 업무상 과실과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봤다. 다만 세월호 선원이나 청해진해운 임직원보다 책임이 무겁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김 전 경위에게 선고된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가족들의 고통과 분노는 십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형량과 별개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유죄 판결이 나온 것 자체는 의미가 작지 않다고 본다. 법원이 구조 과정의 위법을 인정함으로써, 향후 유족들이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통해 국가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세월호국민대책회의 주최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광화문 농성 200일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세월호 사건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총체적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검찰 수사는 사실상 ‘꼬리 자르기’였다. 304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선장·선원 10여명과 청해진해운 임직원 몇 명, 해경 말단 지휘관의 책임을 묻는 것으로 끝났다. 해경 수뇌부에는 면죄부를 줬고, 청와대와 정부의 보고·대응은 아예 수사대상에서 제외했다.

온전한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안전한 국가를 만드는 일은 요원하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조기 가동하는 일이 시급한 이유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방해 책동을 그만두고 세월호특위 출범에 협조해야 한다. 선체 인양 작업에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정부·민간 합동조사팀은 이미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국민 여론도 인양 찬성이 다수다. 한국갤럽이 지난 6일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61%가 인양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세월호가 침몰한 지 벌써 303일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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