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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대통령보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가 더 어려운 모양이다. 검찰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바통을 이어받아 우 전 수석 수사를 진행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지금껏 민정수석실 근무 검사들을 조사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의경 복무 당시 ‘꽃보직’ 의혹을 받은 그의 아들은 미국으로 이미 출국했다. 검찰 수뇌부가 ‘우병우 라인’이고 조직의 치부를 드러내야 하는 점 때문에 검찰 수사로는 우 전 수석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 전 수석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주범이다. 묵인·방조 수준을 넘어 국정농단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한두 건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 ‘찍어 내기’ 인사,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표적 감찰,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방해 등 특검팀이 밝혀낸 비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2014년 4월 민정비서관 시절에는 직권을 남용해 광주지검의 해경 본청 압수수색 등 세월호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해 12월에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은폐·조작하고, 최순실씨 비위 정보를 입수했지만 조사하지 않고 덮은 정황도 있다. 검찰의 수사 정보와 민정수석실 인사 자료 등을 최순실씨에게 유출했다는 의혹도 있다. 여기에 변호사 시절 ‘몰래 변론’과 탈세, 가족 회사 ‘정강’의 자금 횡령, 공직자 재산 허위신고, 경기 화성땅 차명 보유, 의경 아들 인사 압력 등 개인 비리 의혹도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3월 22일 새벽 서울구치소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법원은 이날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연합뉴스

검찰은 지난해 윤갑근 대구고검장을 수장으로 하는 특별수사팀 등을 구성해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자택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은커녕 휴대폰 통화 내역 조회도 하지 않았다. 검찰청 조사실에서 점퍼 지퍼를 반쯤 내린 채 팔짱을 끼고 있는 우 전 수석과 그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있는 검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검찰 수사가 어떤 식이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당시 우 전 수석은 자신을 수사 중인 검찰 수뇌부와 여러 차례 통화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영수 특검은 검찰이 보강수사를 한 뒤 우 전 수석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법원에서 100% 발부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이번에도 우 전 수석을 구속시키지 못한다면 다시 특검을 임명해 수사하는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수사 대상은 우 전 수석 외에 김수남 총장과 윤 고검장 등 검찰 수뇌부도 포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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