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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숨진 안산 단원고생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단식 40일 만인 어제 병원으로 이송됐다. 김씨는 입원 뒤에도 수액 주사 외에 식사는 거부하고 있다. 진상규명이 가능한 세월호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단식을 계속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특별법이 만들어지는 걸 못 보고 여기서 (단식을) 멈추면 유민이를 볼 낯이 없다.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안타깝고 참담할 따름이다.

‘유민 아빠’가 단식농성에 돌입한 것은 7월14일이다. 당초 예상한 단식 기간은 여야가 세월호특별법 처리 시한으로 합의했던 7월16일까지였다. 그러나 특별법안 처리가 계속 지연되면서 사흘 하려던 단식이 40일에 이르렀다. 그사이 김영오씨는 57㎏이던 체중이 47㎏으로 줄어들 만큼 쇠약해졌지만, 달라진 건 없다. 400만명 가까운 시민이 ‘수사·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프란치스코 교황도 세월호 가족들을 위로했으나 정치권은 외면했다. 무책임한 집권세력과 무능한 야당은 ‘그들만의 합의’를 가족에게 내밀며 동의를 강요하다시피 하고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40일째 단식농성을 이어왔던 김영오씨가 건강이 악화되어 22일 서울 동대문구 시립동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의료진은 김씨가 근육 손실이 불가피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라고 밝혔다. 김씨는 의료진의 미음 공급을 거부하며 단식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 경향DB)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정치권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렇다고 정치 실종만 탓할 일은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모든 이들은 ‘유민 아빠’의 고통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 세월호가 침몰한 직후에는 온 국민이 함께 슬퍼하고 분노했다. 저마다 미안해하고 부끄러워했다. 130일이 흐른 지금은 어떤가. 여전히 많은 시민이 세월호 가족의 고통에 공감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피로감 운운하며 수수방관하고, 일각에선 상처에 소금 뿌리는 일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세월호 가족이 요구하지도 않은 ‘피해자 전원 의사상자 지정’ 같은 유언비어가 떠도는 현상은 공동체의 건강성을 의심케 한다. 한국 사회는 얼마나 더 비정하고 잔인해질 셈인가.

지극히 당연한 명제이지만, 세월호 가족은 피해자다. 피해자가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목숨을 걸어야 하는 사회, 피해자가 한 달 넘게 단식하다 병원으로 실려갈 때까지 집권자가 돌아보지도 않는 사회는 정상적이라 말할 수 없다. 다행히도 이러한 ‘비정상성’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동조 단식에 참여한 시민이 2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우리는 김영오씨와 시민들이 단식을 멈추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한다. 공동체의 각성이 특별법 제정을 이끌어낼 때 그날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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