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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5명에 대해 무더기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야당 의원 2명은 영장이 기각됐다. 이번 수사는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검찰의 첫 사정수사라는 점에서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 검찰은 현역 의원을 상대로 구인장까지 발부받아 구속 수사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결국 망신살을 뻗친 격이다. 애초 궁지에 몰린 검찰의 국면전환용이라거나 여야 균형 맞추기를 위한 표적사정 아니냐는 등 뒷말이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참담한 결과다. 이것이 김진태 검찰의 현주소라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말이 사정수사이지 여야 의원들의 비리 혐의는 확연히 구분된다. 새누리당 박상은·조현룡 의원은 전형적인 개인 비리다. 그간 수사를 통해 범죄 혐의가 상당부분 소명됐다. 박 의원은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불법 정치자금은 물론 범죄 혐의만 모두 11가지다. 조 의원도 이른바 철피아(철도+마피아) 수사 와중에 철도 부품 납품업체에서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다.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재직 때는 물론 당선 뒤에도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들통났다. 법원이 “범죄 혐의가 상당부분 소명됐다”고 할 정도로 다툼의 여지가 별로 없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취재진의 플래시가 터지자 짜증을 내며 돌아서고 있다. (출처 : 경향DB)


하지만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사정이 다르다. 구속된 김재윤 의원은 신계륜 의원과 함께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의 교명을 바꿀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주는 대가로 각 5000만원씩 받은 혐의다. 이른바 입법 로비다. 하지만 법원은 신 의원의 경우 “공여자(돈 준 사람) 진술의 신빙성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쉽게 말해 검찰 수사가 부실·졸속이라는 얘기다. 출판기념회장에서 38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신학용 의원은 “법리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도 기각 사유에 포함됐다. 출판기념회 축하금을 뇌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야당을 상대로 표적수사를 했다는 의혹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이번 수사가 갖는 정치적 민감성을 감안하면 철저한 공소 유지는 검찰의 몫이다. 검찰의 부실 수사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가뜩이나 유병언 수사 실패로 궁지에 몰린 검찰이 물타기용으로 사정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터다. “소명할 시간을 달라”는 의원들의 요구도 묵살한 채 국회의사당에 강제 진입한 검찰 아닌가. 손에 쥔 칼이라고 마구 휘두른다면 한낱 흉기일 뿐이다. 왜 ‘정치 검찰’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지 자성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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