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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취임한 조대현 신임 KBS 사장이 “방송의 공정성 시비를 확실히 끝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고 한다. 조 사장은 ‘국민이 원하는 공영방송’을 주제로 한 프레젠테이션 형식의 취임사를 발표하면서 공정성 문제와 함께 조직문화 회복, 프로그램 혁신 등도 KBS가 이뤄나가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조 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무엇보다 공정성을 힘주어 언급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KBS의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난과 질타, 일선 기자들의 문제 제기, 노조의 파업, 전임 길환영 사장의 불명예스러운 중도하차 등으로 숨 가쁘게 이어진 KBS 사태가 바로 공정성의 훼손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KBS 사장으로서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어떻게 확립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청와대로 상징되는 정치권력의 부당한 외압과 간섭을 차단하고, 일선 기자나 프로듀서들에게 보도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면 공정성의 토대는 굳건해진다. 이런 측면에서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교회 강연 보도는 훌륭한 사례가 될 것이다.

조대현 KBS신임사장이 28일 여의도 KBS로 출근하려다 피켓시위를 하는 노조원들에게 막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조사장은 공정보도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을 하고 큰 충돌없이 출근했다. (출처 : 경향DB)

전임 길 사장이 물러나고 공정성 구현에 대한 구성원들의 열망이 결집된 시점에서 KBS 기자들은 문 전 후보자의 강연을 단독 보도했고, 그의 왜곡된 역사관이 여야 정치권과 여론의 집중적인 질타를 받으면서 결국 그는 사퇴했다. 보수언론 등은 “KBS가 짜깁기 편집으로 문 후보자의 진의를 왜곡했다” 운운하며 얼토당토않은 비난을 퍼부었지만 이 보도야말로 저널리즘의 본령을 지킨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문창극 보도를 담당했던 이병도 기자 등 5명에게 ‘이달의 기자상’을 수여한 한국기자협회 심사위원회도 “총리의 역사관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중요한 보도였고, 취재과정에서 언론 기본정신을 지켰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히지 않았는가.

조 사장은 “인사를 둘러싼 불투명성이 KBS를 위기에 빠뜨린 주요한 원인인 만큼 상식과 원칙에 맞는 인사를 하겠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공영방송의 책무를 저버린 경영진을 비판했다가 보복인사를 당한 구성원들을 전원 원상회복함으로써 내부 갈등을 해소하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이런 인사를 바로잡지 않고 인사의 상식과 원칙을 입에 담을 수는 없는 일이다. 조 사장이 KBS를 둘러싼 공정성 시비를 말끔히 지우고,‘국민이 원하는 공영방송 KBS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제대로 이행할 것인지 주의 깊게 지켜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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