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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고도 구조활동에 소극적이었던 해양경찰청 경비정 책임자를 체포했다. 세월호 선원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해경이 탈출을 도와주지 않았다”고 증언하자 구조 부실 책임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한 것이다. 그러나 구조 지연·태만 문제는 사고 직후부터 제기됐으며 해경 교신내용 녹취록을 통해서도 구체적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105일 만의 체포’는 뒷북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광주지검은 어제 목포해경 소속 123정 정장 김모 경위를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김 경위에 대해 123정의 사고 당일 근무일지를 훼손·위조한 혐의(공용서류 손상 등)를 우선 적용했으나 추가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세월호 침몰 당시 경비정 가운데 처음으로 현장에 도착한 123정은 바다로 뛰어내리거나 선체 밖으로 몸을 내민 승객만 구조했을 뿐 적극적 구조에 나서지 않았다. 특히 지휘부로부터 선내 진입 지시를 받고도 “선체가 많이 기울어져 있어 진입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생존한 단원고 학생들도 법정에서 “비상구 안쪽에 친구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는데도 해경은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고 증언했다.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에서 해양경찰이 헬기를 이용해 승객을 구조하고 있다. _ 연합뉴스
납득하기 힘든 것은 해경 초동대응의 문제가 드러난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도 수사가 계속 지연된 점이다. 검찰은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VTS) 소속 해경들에게 관제 소홀 책임을 물었을 뿐, 구조 부실 부분에 대해선 사실상 수사를 미뤄왔다. 구조 부실 수사가 중요한 까닭은 ‘스스로 탈출한 승객 외에 왜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는지’를 규명하는 데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검찰이 유병언 일가에 쏟은 수사력의 10분의 1만 해경 수사에 투자했다면 구조 부실의 진상은 이미 백일하에 드러났을 가능성이 크다.
“저희는 수학여행 가다 단순히 사고 난 게 아니에요. 사고 후 대처가 잘못돼 이렇게 많이 죽은 건데, 단순 교통사고로 표현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법정에 선 단원고 학생의 절절한 호소에 가슴이 미어진다. 이 학생은 비겁하게 책임을 회피하려는 어른들을 향해 죽비를 내리치고 있다. 공복(公僕)이 위기 상황에서 의무를 다하지 못해 시민의 희생을 야기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검찰은 현장에 출동한 해경뿐 아니라 지휘선상의 간부들도 빠짐없이 조사해야 한다. 이미 늦은 만큼 수사에 박차를 가해야 함은 물론이다. 해경 외에도 미흡한 대처에 책임 있는 공직자는 모두 엄중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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