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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를 왜 흔들어 마시는지 묻는다면 수십 가지 대답이 나올 듯하다. 술꾼이라면 한번쯤은 술자리에서 갑론을박했을 법한 문제다. 아무 효과가 없다는 둥 물과 알코올 결합도를 높여 맛을 부드럽게 한다는 둥 주류 회사가 퍼뜨린 마케팅 수법이라는 둥. 소주 감미료로 사용하던 사카린 침전물이 병 바닥에 가라앉기 때문에 흔들어 마시기 시작했다는 ‘사카린 기원설’도 그중 하나다. 1989년 사카린 발암물질 파문으로 주류업계가 사카린 사용을 중단하기 이전에는 가장 유력하게 떠돌았던 설로 기억된다.
사카린 (출처 : 경향DB)
사카린 파문 이후 소주에 어떤 감미료를 대신 사용했는지는 웬만한 애주가도 알기 어려웠다. 병에다 성분 표시를 하지 않아 그냥은 알 길이 없고 제조공정상 비밀이라고 해서 잘 알려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주류업계는 사카린 파문 이후 아스파탐을 도입했다. 그런데 아스파탐은 용해도가 낮고 온도 변화에 따라 주질에 영향을 미치는 등 약점이 드러났다. 유해성 논란도 일었다. 그래서 1993년부터는 주로 스테비오사이드라는 천연 감미료로 대체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스테비오사이드가 더 심각한 유해성 시비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1994년 호주 정부가 스테비오사이드가 포함된 한국 소주를 전량 폐기해 논란이 된 적 있다. 스테비오사이드를 알코올에 사용하면 유독성으로 변한다고 해서 식품 첨가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막걸리에 사용하는 아스파탐과 소주에 들어가는 스테비오사이드 모두 유해성 시비를 벗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애주가에게 나쁜 소식은 그 논란이 지금껏 뜨겁게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좋은 소식도 있다. 사카린의 귀환이다. 국제적으로 사카린이 유해물질 누명을 벗은 지는 이미 오래다. 하지만 국내에서 사카린은 1992년 대부분의 식품에서 사용 금지된 이후 거의 퇴출된 상태였다. 2012년 일부 품목에 대해 규제를 완화하면서 소주·막걸리에 사용이 가능해졌지만 소비자 인식과 업계 사정 때문인지 사카린의 고토 회복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빵·아이스크림 등으로 사카린 허용 폭을 크게 확대한 것을 계기로 사카린 소주 재등장을 기대해본다.
신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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