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 8일째인 지난달 26일 권경상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아시안게임을 운동회라고 하는 것은 굉장한 모욕”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미숙하기 짝이 없는 운영으로 문제점이 속출하는 것과 관련해 기자들이 “아시안게임이 아니라 ‘아시아 운동회’라는 비난을 받는 근본 원인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처럼 발끈하면서 “17번의 아시안게임 중 가장 진행이 잘되고 있다”고 강변한 것이다.

권 총장은 ‘역대 아시안게임 중 최고’ 운운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주경기장 화장실 배관에서 소변물이 밖으로 새어나오고, 냉방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선수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경기장과 선수촌 주변에는 편의시설도 없었고, 선수들이 먹는 도시락에서 대장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안전·보안관리 시스템도 엉망이다. 어느 취객이 선수촌 아파트에 난입해 “북한 선수들이 어떤 음식을 먹는지 확인하러 왔다”며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북한 선수들이 놀라서 달아나는 일도 있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훈련중인 북한 다이빙 선수 (출처 : 경향DB)


이뿐이 아니다. 당초 자원봉사자들에게 약속했던 지원이 너무나 달라 20여명이 무단이탈하는 바람에 대회 진행과 운영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대회는 시민들로부터 외면받는 행사가 돼 버렸다. 4000여명이 입장할 수 있는 경기장에 고작 20~30명이 관람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급기야 인천시내 중·고교 학생들이 단체관람에 동원되고, 관람료는 학교에서 지불하기에 이르렀다. 관중석에서 동료들을 응원하는 북한 선수들을 국정원·경찰·시청·구청 직원들이 에워싸고 감시하는 것도 참으로 볼썽사나운 일이다. 손님을 초대해놓고 손님들이 자국 국기도 흔들지 못하게 윽박지르는 스포츠 행사가 이전에 과연 있었는지 참으로 궁금할 뿐이다. 각국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어떤 평가를 내릴지는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이제 대회 폐막까지는 불과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비록 늦었지만 운영위원회를 비롯한 모든 대회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드러난 갖가지 문제점을 신속하게 개선하면서 원만하고 매끄러운 마무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결말이 훌륭하다면 그동안의 부족함이 어느 정도 감경되는 법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엉망진창이었던 행사’ ‘나라 망신시킨 국제대회’ 등의 부끄러운 꼬리표가 남게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