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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외신은 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가 불이익을 감수하고 카탈루냐 지방의 독립을 지지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그 불이익이란 일차적으로 연간 7100억원에 이르는 수익의 대폭적인 감소를 말한다. 이 중계권료를 포함하여 FC바르셀로나의 전체 수익 및 리오넬 메시 같은 은하계 극강의 스타들이 한 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마 천문학자들도 놀랄 것이다.

FC바르셀로나가 카탈루냐의 독립을 지지한다는 뜻은, 그 전부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 엄청난 수익의 상당 부분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카탈루냐의 바람대로 독립이 이뤄진다 해서 FC바르셀로나가 스페인 리그에서 자동적으로 이탈하게 되고, 따라서 일정 수준 이상의 리그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카탈루냐 내에 웅크리고 앉아 있게 될 가능성은, 그 독립의 성사 여부만큼이나 상상하기 어렵다.

FC바르셀로나도 그렇지만 스페인 전체의 프로축구 구단과 관계자들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여섯 차례나 리그 패권을 차지하고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타이틀을 세 차례나 거머쥔 팀을 카탈루냐 연고 팀이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방출’되는 것을 어떤 식으로든 막고자 할 것이다. FC바르셀로나가 있어야 레알 마드리드가 있고 또 그렇게 쌍두가 되어 리그라는 마차를 이끌어야 스페인 축구 시장이 영원한 활황세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카탈루냐가 독립한다 해도, FC바르셀로나의 독립은 기어코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렇기는 해도 자칫하다가는 은하계 최고의 리그에서 변방의 작은 리그에 주저앉을 수도 있는 선택을 FC바르셀로나가 천명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게다가 그 팀에는 카탈루냐 출신이 아닌, 아예 스페인 저 바깥에서 온 선수들도 많다. 그들도 자기 팬들의 역사적 열망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 중요하다.

FC바르셀로나의 역사에는 이베리아 반도의 100여년 현대사, 길게는 300여년 근대사가 농축돼 있다. 14세기 후반 아라곤 왕국의 페르난도 2세와 카스티야 왕국 이사벨 여왕의 정략결혼으로 성립된 스페인은 곧장 영토 확장(또는 회복)에 나선다. 동부의 카탈루냐는 17세기와 18세기 두 차례에 걸쳐 격렬한 분리 독립운동을 벌였고, 19세기 후반부터는 일찌감치 발달한 철강, 운수, 항만 산업을 기반으로 왕정에 반대하는 민주 공화정을 추구해왔다. 그 중심 도시가 바르셀로나다. 중세적인 왕당파와 토지 귀족 세력 및 이를 군사력으로 뒷받침한 프랑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근대적인 도시 바르셀로나는 활달한 항구 도시 문화와 노동운동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 정신으로 이에 반기를 들었고, 그 상징적인 장외 투쟁이 FC바르셀로나의 축구였다.

엘 클라시코 홈경기, 즉 FC바르셀로나가 레알 마드리드를 불러들여 홈경기를 펼칠 때면 그들의 홈구장 안팎에 “카탈루냐는 스페인이 아니다”라는 현수막이 수없이 나부끼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프랑코 시대를 겪은 구단 수뇌부와 과거의 백전노장들은 빅 매치가 있을 때마다 프랑코 독재에 저항한 거장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의 음악을 들은 후 경기를 관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프랑코 독재자는 FC바르셀로나의 주요 임원들을 살해하거나 협박했고 구단 이름을 바꿔버린 적도 있다. 축구가 감정 투쟁의 최전선이라는 것을 프랑코는 잘 알고 있었고 이에 수십년 동안 대응한 카탈루냐 사람들도 잘 알고 있었다.


▲ 구단, 선수와 팬들 ‘절대 존중’
리그 퇴출·중계료 감소 위험에도
연고지 카탈루냐 독립 지지
한국 야구 ‘구단 수뇌부’ 배워야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리고 지금은 부분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사항이지만, FC바르셀로나가 초창기부터 2010년까지 상의 유니폼에 스폰서 로고를 붙이지 않은 것도 새삼 기억해야 한다. 특히 2006년 7월14일 구단은 세계 최강의 움직이는 광고판인 선수들의 유니폼, 그러니까 수억명이 응시하는 메시나 이니에스타의 가슴 한복판에 오히려 유니세프 로고를 새겼다. 게다가, 당연히 유니세프로부터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클럽 연간 수입의 일부를 유니세프에 기부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유럽 전체의 장기 불황과 스페인 경제의 악화 등으로 항공사의 로고를 달고 있지만 말이다.

물론 FC바르셀로나 선수들도 경기 중에 반칙을 한다. 심한 태클을 하고 몇몇 선수들은 할리우드 액션으로 유명해서 이를 편집하여 풍자한 영상도 널리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아예 코치들이 할리우드 액션을 주도면밀하게 연습시킨다는 영상이다. 구단 내부도 다양한 배경과 연줄로 인하여 불협화음을 낸 적이 많다. 그렇기는 해도 하나의 구단이 선수들과 팬들을 어떻게 존중하며 발전해왔는가를 보려고 한다면, 어김없이 FC바르셀로나를 봐야 한다.

‘축구는 영원하고 감독은 경질된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은 어느 종목에나 해당된다. 특히 올해 우리의 프로야구는 감독들의 잔혹사로 기록될 만하다. 두산, 기아, SK, 한화, 롯데 등이 풍파를 겪고 있다. 올해 벌어진 다양한 잔혹사의 키워드는 ‘구단 수뇌부’다. 이들에게 감독들의 자존심과 선수들의 결연한 요구와 팬들의 열망은, 글쎄, 관심사가 아닌 듯하다. 성적? 그것조차도 둘째 문제인 듯, 이들은 오로지 오너에서 프런트로 직결되는 장외 권력의 유지와 확산에 골몰하는 듯하다. 그들에게 팬은 욕망의 통제가 가능하고 언제든지 동원할 수도 있는 적극적인 소비자 정도인 듯싶다. 당장 FC바르셀로나로 데려가서 팬심에 기반을 둔 프로 스포츠를 보여주고 싶을 지경이다.


정윤수 | 스포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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