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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4일 최저임금 관련 시급 산정에 법정 주휴시간은 포함하되 노사 합의로 정하는 약정휴일 시간은 제외하는 방향으로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개정키로 결정했다. 당초 정부안은 약정휴일도 시급 산정에 포함하는 것이었지만 재계 등에서 부담이 커진다고 주장해 이는 제외했다. 하지만 약정휴일의 시간과 수당이 모두 제외되기 때문에 시급 산정은 당초 안에서 달라지는 것이 없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최저임금법 제정 이후 30년간 행정해석으로 적용해 온 월급제 노동자의 시급 전환 산정 방식을 법제화한 것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시행령 개정으로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다고 주장해 왔다. 재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정부의 수정안에 대해서도 “최저임금 산정 시 근로 제공이 없고 임금만 주는 시간을 제외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경총이 주장하는 ‘근로 제공 없이 임금만 주는 시간’은 주휴시간을 겨냥한 것이다. 주휴시간은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때 도입된 것으로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에게 하루(8시간)의 ‘유급휴일’을 주는 제도다.

재계 주장대로 하면 노동자들의 월급은 그대로인데, 주휴시간이 노동시간에서 제외돼 시급이 높아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보다 적은 임금으로도 최저임금을 충족시키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실제 주휴시간을 제외하면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월급제 노동자는 임금의 16%가 삭감돼도 최저임금에 위반되지 않는 결과가 초래된다. 결국 재계의 주장은 최저임금 논란을 계기로 ‘유급휴일’ 제도를 사실상 없애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도입된 지 65년 된 유급휴일 제도의 개편은 논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최저임금과 별개로 노동급여의 기본 체제를 바꾸는 일이다.

재계는 산정방식 등 때문에 일부 대기업은 노동자들에게 연봉 5000만원을 넘게 줘도 최저임금 위반으로 적발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이들 대기업이 각종 수당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기본급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여금을 대폭 늘린 임금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연봉 5000만원이 최저임금에 위반되는 것은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이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기형적인 임금체계를 개선해 해결할 문제다. 재계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위해 도입된 최저임금을 ‘만악의 근원’으로 모는 행태를 이제 그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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