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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콩가루 집안’이 따로 없다. 총체적 난국이고 진흙탕 속이다. 지금의 문화체육관광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최근 ‘승마협회 사건’과 문화부 인사 개입 논란을 계기로 문화부가 청와대와 비선(秘線) 실세들의 ‘국정농단 종합판’이 됐다는 주장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진룡 전 장관이 자신과 함께 일하던 김종 2차관에 대해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등에 업고 인사 장난을 쳤다’고 주장, 전직 장관과 현직 차관이 공개적으로 치고받는 볼썽사나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사실 현 정부 출범 이후 문화부는 말 그대로 바람 잘 날 없었다. 문화부와 산하 예술의전당, 한국관광공사 등 문화계 수뇌부를 전문성이 떨어지는 의외의 인사와 맹목적인 정권 충성파들이 속속 점령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유 전 장관은 비정상적인 낙하산 인사를 두고 청와대에 맞서다 후임자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유례없이 ‘면직’됐다.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돌연한 사퇴 배경에도 청와대 실세들이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출처 : 경향DB)


문제는 청와대의 이런 비정상적인 인사 행태가 문화부의 기강 해이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특히 유 전 장관은 문화부 내 ‘청와대 비선 인맥설’의 주인공인 김 차관과 자주 충돌한 것으로 전해진다. 차관이 장관을 무시하는 행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 후 정성근 장관 후보자의 국회 청문회 중에는 문화부 간부들이 ‘충성 맹세 폭탄주’를 돌리는 일탈행위가 일어났다. 현 김종덕 장관 역시 요즘 “문화부 장관이 있기는 하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고 한다. 여당 친박 인사인 한선교 의원조차 지난 10월 국회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김종 차관이 문화부 조직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는데 이건 거의 쿠데타 같은 일”이라고 질타했다. 청와대 이 비서관-문화부 김 차관을 중심으로 한 문화부 내 한양대 사단도 구설에 올랐다. 엊그제 열린 국회 교문위 회의에서 김 차관에게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라’는 쪽지를 보내 물의를 일으킨 우상일 체육국장도 김 차관이 발탁한 한양대 인맥이다.

문화부는 나라 예산의 1.7%를 운용하며 문화·예술·영상·광고·출판·간행물·체육·관광·전통문화·국정 홍보 등 국가 소프트파워를 책임지는 기관이다. 이런 문화부가 고약한 무교양·반(反)문화의 권력 암투장으로 막 나가는 것은 문화부 직원은 물론 국민에게 불행이다. 어쨌든 이번 파동으로 문화부는 새 국면을 맞았다. 차제에 특단의 수술 조치가 필요하다. 현 정부가 문화융성을 말하려면 우선 문화행정부터 올곧게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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