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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참사와 관련해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파문이 일자 그는 “중요한 건 속도라는 대통령의 말은 도대체 누가 코치를 한 말인가”라는 글을 덧붙였다. 그의 글은 헝가리 사고현장으로 구조대를 급파하며 ‘신속 대응’을 주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실종자 수색작업이 한창인 상황에서 가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얘기다. 그럼 해외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사고를 당하더라도 우리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손 놓고 가만히 있으란 말인가.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국회의원·당협위원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야만성을 뺀다면 어떤 면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낫다”고 했다. 일당독재 국가인 북한 지도자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대통령보다 낫다니 제정신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망언이다. 황교안 대표가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사과한 뒤에도 정작 당사자는 “무슨 문제냐”고 항변했다니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 페이스북.

도 넘은 막말이 끊이지 않는 건 지지층 결집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 지도부에 충성도와 투쟁성을 보이면서 대중에겐 정치적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유혹도 있다. 정치인들의 막말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유독 한국당에 막말과 설화가 빈번한 건 이 당에선 무슨 말을 해도 응분의 처벌을 받지 않고 무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망언’을 한 전·현직 의원은 하나마나한 솜방망이 징계를 받는 데 그치고, “5·18은 폭동”이라고 주장한 의원에 대한 제명은 지금까지 유야무야 상태다. 대표와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까지 걸핏하면 막말 퍼레이드에 가세하는 판이니 누가 누구를 나무랄 수 없는 분위기도 있을 것이다. 

경제뿐만 아니라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한데도 국회는 일손을 놓은 지 두 달이 됐다. 그러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막말을 쏟아내니 정치혐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품격의 ‘품(品)’자는 ‘입 구(口)’자 세 개로 이뤄져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그 사람의 품격이 된다는 뜻이다. 정치권의 언어는 공공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기본적 품위를 갖추고 절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정치인을 가려내는 게 다음 선거에서 최우선으로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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