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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두 국방부 장관과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이 지난 1일 싱가포르에서 회담을 열어 냉각된 국방교류의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양측은 ‘초계기 위협비행-레이더 조사’ 갈등 이후 얼어붙은 국방협력을 정상화하는 데 뜻을 모았고, 양국 간 해상 군사갈등의 재발방지가 중요하다는 점에 합의했다. 

양국 국방장관의 만남은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확대국방장관회의 이후 8개월 만이다. 지난해 10월 제주 관함식에 참가할 예정이던 일본 자위대 호위함의 욱일기 게양 문제가 불거지고 12월엔 ‘초계기 위협비행’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양국의 안보협력 관계는 얼어붙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회담은 안보협력 복원의 물꼬를 트는 의미가 있다.  

물론 이번 회담을 통해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양국 장관은 ‘초계기-레이더 문제’에 대한 입장에서 평행선을 달렸다. 정 장관은 한국 구축함이 일본 초계기에 추적레이더를 비추지 않았으며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이 당시 사태의 본질이라고 했다. 이와야 방위상은 한국 군함이 초계기에 레이더를 겨냥했으며 초계기의 위협비행은 없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일본의 유감표명이나 사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아쉽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더 이상의 갈등 고조를 막기 위한 재발방지다. 따라서 양국이 이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것은 회담의 가장 큰 성과다. 양국관계가 전방위적으로 악화돼 있다고 해도 군사분야만큼은 불필요한 마찰이 일어나지 않도록 상황관리에 각별히 유념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와야 방위상은 지난달 18일 “한국과 여러 문제가 일어났지만 한국 국방장관과 만나 원래 관계로 돌아가고 싶다”며 관계 복원의지를 비쳤다. 이 발언이 이번 회담이 성사되는 데 탄력을 불어넣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서로 으르렁거리는 험악한 관계라고 할지라도 한순간에 화해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것이 외교가 갖는 힘이다. 이를 지난해 남북·북미 관계가 보여준 바 있다.  

이번 국방장관 간 만남이 꼬일 대로 꼬인 한·일관계를 푸는 실마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지금은 최고지도자들의 의지가 중요한 시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말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 아베 신조 총리와 만나기를 바란다며 관계개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아베 총리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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