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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혜경궁 김씨(@08-hkkim)’ 트위터 계정 소유주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라는 경찰 수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 지사 측은 “경찰의 수사결과는 전적으로 추론에 근거한 것으로 전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도대체 이 지사를 둘러싼 진실 공방의 끝은 어디일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인구 1300만명이 사는 최대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이 취임 넉 달 내내 의혹에만 휩싸여 있으니 도정을 제대로 살필 수나 있을지 걱정이다.

출처: 경향신문DB

그동안 이 지사 관련 여러 의혹들이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내용이나 규모 면에서 다른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폭발력이 크다.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은 2013년 이 지사 친형 비난으로 활동을 시작한 이후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2018년 경기지사 선거 과정에서 이 지사와 상대하는 인물이라면 누구든지 가리지 않고 원색적인 비난 글을 올려왔다. 특히 이 지사를 비판한 누리꾼들에게 “니 가족이 꼭 제2의 세월호 타서 유족 되길 학수고대할게”라는 등의 막말을 퍼부은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반인륜적 극언으로 꼽힌다. 이 글을 쓴 사람이 이 지사의 부인으로 밝혀지면 이 지사는 두말 없이 정치적·도덕적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예단은 금물이다. 이번 수사결과는 어디까지나 경찰의 의견일 뿐 검찰의 기소 여부가 정해진 것도 아니고, 법원의 확정판결은 더더욱 아니다. 지금은 경찰의 1차 수사 후 검찰의 2차 보충 수사로 넘어간 단계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혜경궁 김씨’가 이 지사의 부인이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이재명 대 반이재명 지지자들 간 죽기 살기 식으로 싸움을 벌이는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 일부 야당의 “이 지사 즉시 사퇴” 주장도 성급하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각종 형사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진작에 그만뒀어야 이치에 맞다.

경찰 수사 발표는 나름 정황 증거들이 뒷받침돼 이뤄졌겠지만, 이 지사의 억울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상황에선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기소가 된다면 법원이 신속히 판단해 논란을 매듭짓는 수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우리 과학수사 수준에서 트위터에 5년 동안 4만여건의 글을 올린 사람을 찾아내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어느 쪽이든 진실 규명이 우선이다. 다소 더디더라도 그것이 법치를 세우고 넓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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