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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가 평창동계올림픽 활강스키 경기장 건설 예정지인 가리왕산에서 대규모 불법 벌목공사를 하다가 환경단체에 발각됐다고 한다. 지난 22일 녹색연합이 가리왕산 중봉 부근을 현장 조사하던 중 이를 발견하고 원주지방환경청에 연락해 작업을 중단시켰지만 약 2310㎡(700평) 면적에서 수백 그루의 나무가 베어진 뒤였다는 것이다. 이 지역은 올림픽을 치른 후 복원해야 할 숲으로서 엄격한 사전조치와 전문가 동행하에 벌목하도록 되어 있다. 강원도의 해명대로 벌목을 “시공사가 임의로 진행한 것”이라면 명백한 불법이다.

가리왕산은 한반도 남쪽의 유일한 원시림이라고 할 정도로 생태 환경이 매우 우수한 곳이다. 조선 세종대부터 나라가 직접 관리해왔고 2008년에는 핵심 구역이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강원도는 표고차 800m, 평균 경사도 17도, 슬로프 연장 3㎞ 등 국제 규격을 충족하는 곳이라고 해서 이곳에 활강경기장 건설을 추진했고 환경·시민단체는 단 일주일의 경기를 위해 800억원 이상을 들여 500년 된 국가보호림을 파괴해서는 안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결국 사후 복원을 전제로 활강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지만 환경·시민단체의 반발과 환경당국과의 협의 과정이 만만치 않아 공사가 순조롭지 않은 상황이었다.

눈 덮인 가리왕산 (출처 : 경향DB)


이번 벌목은 강원도가 제출한 생태복원계획에 대해 원주환경청이 최종 협의 의견을 전달한 바로 다음날 이루어졌다. 거기에는 분야별 연구진 구성, 이식 수목 재산정 및 표식 작업, 관목·초화류의 우선 이식, 매회 식생전문가 동행 등 벌목 이전에 반드시 이행해야 할 조치가 명기돼 있다. 그런데 이를 하나도 지키지 않고 벌목을 강행한 셈이다. 아름드리나무를 베는 데는 5분도 안 걸리지만 키우는 데는 100년도 더 걸린다.

환경당국과의 협의 내용마저 무시한 강원도의 행태는 사후 복원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스스로 입증해준 꼴이다. 가리왕산 활강장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최근 올림픽은 환경에 부담을 덜 주고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환경을 파괴하고 예산을 낭비해 시설을 지었다가 올림픽이 끝나고 애물단지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존 시설을 보강하거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국제스키연맹(FIS) 등과 협의해 ‘투런’(2Run·350~450m 표고차 슬로프에서 두 번 경기해 합산함) 방식을 관철시키는 등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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