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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그제 발표한 산학연계교육활성화(프라임) 사업의 주요 내용은 대학의 인문·자연과학·예체능 계열 정원을 줄이고 공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산업수요에 맞춰 대학 학과를 재편해 취업난과 구인난을 동시에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프라임 사업 참여대학으로 선정된 21개 대학에는 향후 3년간 매년 2012억원씩 지원한다. 그러잖아도 곤경에 처한 인문학이나 기초 과학, 순수 예술 분야 학문의 급격한 위축이 우려된다. 보수정권 들어 심화되고 있는 대학의 취업기관화 현상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프라임 사업에 따른 대학 정원 조정이 올해부터 당장 적용된다는 점이다. 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21개 대학은 현재 고3이 치르는 2017학년도 입시부터 공대 신입생을 4429명 늘리고 인문·자연과학·예체능 계열 신입생은 그만큼 줄일 계획이다. 그나마 구체적인 대학별 정원 조정 내용은 다음달에나 확정·발표된다. 올해 프라임 사업 참여대학으로 최종 선발되지 않았으나 학과 구조조정안을 정부에 제출한 30개 대학도 올해 또는 내년에 바뀐 학과 정원에 따라 신입생을 선발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런 방식의 학과 구조조정을 통해 2020년까지 대학의 공학계열 정원을 2만명가량 늘리겠다고 했다. 사전에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한 수험생과 학부모로서는 충격적인 소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_청와대사진기자단

이번 조치로 조정되는 정원은 전체 대입 정원의 10%가 넘는다. 다가오는 대입에서 정원이 줄어드는 인문계의 경쟁률은 예상보다 훨씬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반면 공대 정원 확충으로 이과 출신 수험생들의 대입 기회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수점 이하에서 당락이 갈리는 대입에서 이 같은 변화는 커다란 파장을 낳을 게 뻔하다. 대입에 목을 맨 수험생과 학부모를 골탕 먹이려고 작정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졸속정책이다.

교육부의 조치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입 3년 사전예고제’ 공약과도 정면 배치된다. 중3 학생이 고교에 입학하는 시점 이전에 대입전형을 구체적으로 확정해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이 제도는 학교 현장의 혼란 방지와 안정적 대입 운영에 나름의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교육부는 갑작스러운 조치로 학생들이 문·이과를 결정하는 고2 때 이과를 선택할 기회를 박탈했다. 언제까지 산업계 요구를 내세워 교육 현장을 뒤흔들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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