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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라고 하기엔 너무 빈번하게 들려온다. 대학 신입생환영회에서의 성희롱·성폭력, 폭행 같은 인권침해 소식들 말이다. 인권을 존중한다는 것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이를 동등하고 존엄한 인격체로 인정하는 속에서 서로의 입장과 관점에 대한 포용과 배려를 실천하는 것이다. 단순한 원칙이지만, 성희롱·성폭력, 그 밖의 인권침해에 관한 기사들에서 우리는 이 원칙이 무시되고 부정되는 현실을 본다.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의 인권감수성을 키워나가기 위한 교육을 제도화하려고 애쓰고 있다. 서울대에서도 ‘인권/성평등교육’을 졸업필수요건으로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사회 전체를 놓고 보면 아직은 미약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확대되어야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묻는다.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너무 명백한 것들을, 지성의 전당이라고 하는 대학에서까지 가르쳐야 하는 거냐고. 모두를 성희롱·성폭력의 잠재적 가해자로 전제하는 잘못된 발상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인권을 논하고 이를 교육해 나간다는 것은 단지 성희롱·성폭력을 저질러서는 안된다는 당연한 내용을 전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포용과 배려가 인권존중의 핵심이라면 인권교육은 곧 민주적 시민교육이자, ‘선한 시민’ 양성의 중추에 해당한다. 비방과 막말, 혐오표현과 성차별적 언동, 폭력행위가 선한 민주시민의 모습일 수는 없지 않은가?
지난 21일 오전 전남 화순군 북면 금호리조트 옆 빈 공터에서 광주·전남지역 대학 신입생들이 선배들로부터 팔굽혀펴기, 귀잡고 뜀뛰기 같은 얼차려를 받고 있다. 일부 남학생 선배들은 빨간 모자에 군복을 입고 후배들에게 얼차려를 시키기도 했다._전남일보 제공
많은 젊은이들이 엄혹한 경쟁 속에서 ‘스펙 쌓기’와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는 오늘의 대학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대학은 취업준비만을 위한 곳이 아닌 고등교육기관이며 많은 이들이 제도권 교육을 마무리하는 최종단계의 교육기관이다. 초·중등교육만으로 인권감수성 체득에 충분하다면 좋겠지만, 이미 많은 사건·사고 기사들을 통해 목격하고 있는 것처럼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대학이 최종적인 제도권 교육기관으로서 인권교육의 기회와 공간을 보다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대학에서마저도 시민교육으로서의 인권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대학 인권의 위기가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지게 되는 것은 오로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번 서울대의 ‘인권/성평등교육’ 졸업필수요건화는 ‘선한 인재 양성’이라는 서울대의 기본적 교육목표 달성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선한 인재 양성, 더 나아가 선한 시민의 양성이라는 과제는 서울대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이 함께 이루어 나가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권에 대해 논하고 고민하며 이를 계속적으로 교육해 나가야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모든 대학인의 사명이자 의무이다.
박찬성 | 변호사·서울대 인권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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