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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오는 3월13일 전까지 결론 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소장이 이달 말 물러나고, 이정미 재판관이 3월13일 퇴임 예정이므로 그 전에 탄핵심판을 마무리하겠다는 의미다. 후임 소장과 재판관을 선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박 소장이 최선의 판단을 했다고 본다. 박 소장 발언으로 대선 등 주요 정치 일정도 예측이 가능해졌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 또는 각하하면 박 대통령은 바로 그 순간 직무에 복귀하고 대선은 기존대로 12월에 치러지게 된다. 반면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안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한 헌법에 따라 늦어도 5월 초순에는 대선을 치러야 한다.

박 대통령 측은 ‘3월13일 전 결론’에 반발하고 있지만 수긍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 측은 박 소장 발언이 국회 권성동 소추위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말한 ‘3월 선고’와 유사하다며 “심판 절차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헌재가 국회와 짜고 3월 결론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주장인데, 헌재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증인 신청 등 각종 절차에서 지금까지의 재판 과정은 박 대통령 측에 유리했으면 유리했지 결코 불리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대통령 측은 “중대 결심” 운운하며 대리인단 전원 사퇴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재판 지연을 위한 꼼수 가능성이 농후하다. 탄핵심판은 당사자들이 반드시 대리인을 선임해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 대리인단이 모두 사퇴하면 새로운 대리인단 선임까지 시간이 걸린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박 소장 후임을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말이 안된다. 권한대행의 직무범위는 기본적으로 ‘현상 유지’에 그쳐야 한다. 특히나 법무장관 등을 지낸 황 권한대행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묵인·방조해 현재의 사태를 야기한 책임이 있다. 형사재판의 피고인이 재판장을 임명하겠다는 셈인데 어디 이게 가당한 일인가.

재판의 공정성과 신속성은 배치되는 개념이 아니다. 당사자들이 노력하면 공정하면서도 신속한 재판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주권자인 시민 입장에서는 ‘3월 결론’도 늦은 감이 있다. 박 대통령 측이 협조했다면 박 소장 퇴임 전 9명의 재판관이 모두 참여한 상태에서 결론을 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헌재가 박 대통령의 재판 지연 음모를 분쇄하고, 국정 혼란과 헌정 중단 사태를 하루라도 빨리 끝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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