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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을 놓고 중국의 보복 조치가 도를 넘고 있다. 기업, 한류에 대한 보복을 넘어 예술 분야까지 막아서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를 겨냥한 압력이겠지만 현 정권에서 실효성은 없고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 감정만 상하게 하는 것으로, 올바른 사드 해법이 아니다.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한국 연예인 출연·공연 금지, 롯데의 중국 사업장 조사, 한국산 양변기와 화장품 수입 및 한국행 전세기 운항 불허 등 한한령(限韓令·한류 제재)의 폭과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급기야 한국 음악가들의 활동도 제한하고 있다.

2월19일부터 시작하는 소프라노 조수미씨 중국 공연이 논란 끝에 무산됐다. 조씨는 그제 트위터에 “국가 간 갈등이 순수문화예술 분야까지 개입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씨도 중국 구이양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 무산됐다. 지난해 11월 피아니스트 서혜경씨는 중국 비자 발급이 거부되자 미국 국적자임을 강조하고 한국 기획사 이름을 뺀 서류를 제출해 겨우 발급받았다.

소프라노 조수미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와 한국 보복 조치의 연관성은 물론 보복 자체를 부인하지만, 현 상황은 한국 측 심증을 굳히고 있다. 문제는 중국 조치가 동북아 정세를 더욱 꼬이게 할 것이라는 점이다. 사드 배치는 한국 정부의 독자적 결정이 아니라 미국과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른 결과다. 북핵 문제까지 겹쳐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 일방을 압박한다고 해소될 일이 아니다. 사드 배치를 철회할 의지가 없는 한국의 현 정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더욱이 일련의 움직임은 중국이 공표해온 입장에 배치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보호무역을 추구하는 것은 어두운 방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과 같다. 세계가 보호무역주의에 노(No)라고 말해야 한다”며 “중국 시장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밝혔다. 한데 유독 한국에만 문을 닫는 형국이다. 시 주석은 2013년 아시아와 유럽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연결, 경제공동체를 꾸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민 지지가 필수적이다. 한국인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고 중국인과의 골을 깊게 하는 감정적 보복 조치는 일대일로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스스로 장기로 내세워온 인내심에 터잡고 다각적 채널을 동원하는 외교적 해결책을 찾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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