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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매입 의혹과 관련해 중대 발언을 했다. 최 지검장은 어제 기자들과 만나 “거래를 담당했던 청와대 경호처 실무자를 배임죄로 볼 소지가 있었다. 하지만 기소하면 배임에 따른 이익 귀속자가 대통령 일가가 되기 때문에…”라고 말했다고 한다. 내곡동 의혹과 관련해 범죄 혐의를 포착했음에도 ‘덮었다’고 자인한 격이다.
(경향신문DB)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6월 내곡동 의혹으로 고발된 이 대통령 아들 시형씨 등 7명 전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고발 내용의 핵심은 시형씨가 아버지 대신 땅을 매입하면서 헐값에 사들여 국고에 손실을 끼쳤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시형씨가 실거래가보다 6억원가량 싸게 샀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거래를 맡은 김인종 전 경호처장과 경호처 직원 김모씨에게 범죄 의도가 없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더욱 황당한 것은 최고 사정기관인 검찰이 강제수사권도 없는 감사원에 관련 공무원들의 비위 여부를 조사토록 통보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이 검찰에 고발이나 수사의뢰하는 일반적 관행을 뒤집은 것이어서 세간의 빈축을 샀다.
검찰이 ‘지나가는 소도 웃을’ 수사결과를 내놓은 이유를 이제야 알 듯하다. 화살이 이 대통령 일가로 향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억지 논리를 총동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세 치 혀로 진실을 덮을 수는 없다. 수사 책임자인 서울중앙지검장이 정치적 파장을 감안해 사건을 무마했음을 실토했으니 말이다. 최 지검장이 누구인가. 그는 정연주 전 KBS 사장이 기소될 때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수사를 지휘한 장본인이다. 정 전 사장은 무죄가 확정됐지만 최 지검장은 탄탄대로를 달렸다. 그는 내곡동 의혹 관련자들을 무혐의 처리함으로써 정권에 보은한 셈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봐주기 수사’의 문제가 아니다.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찰이 피의자를 자의적으로 불기소 처분했다면 기소권 남용에 해당한다. 검찰청법 4조 2항은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소권 남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실정법 위반이 된다. 최 지검장은 뒤늦게 “발언이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개된 자리에서 복수의 기자들이 들은 내용인 만큼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광범 특별검사는 내곡동 의혹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관련자를 처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의 직권남용 혐의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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