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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현충일 추념사에서 애국자를 확대해 새롭게 정의한 뒤 합당한 예우와 보상을 선언했다. 피로써 조국을 지킨 순국선열은 물론 민주화 인사들과 산업화에 헌신한 파독 광부와 간호사, 봉제공장 여성 노동자 등 시민들 모두를 애국자라고 천명했다. 순국선열, 호국영령과 함께 민주열사를 나란히 부르며 ‘애국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모두가 애국자’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애국의 역사를 통치에 이용한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념의 정치를 청산함으로써 국민통합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의 애국에 대한 폭넓은, 그리고 새로운 정의에 적극 공감한다. 한국인이 지난 100년간 식민지 시대에서 분단과 전쟁, 가난과 독재와의 싸움에서 이긴 것이 다 애국이라는 인식에 동의한다. 조국을 지키는 목숨 건 행위뿐 아니라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시민들 모두 예외 없이 애국자로 칭송받아 마땅하다. 그런 점에서 어제 추념식 때 4부 요인들이 앉았던 대통령 옆자리에 목함지뢰 부상 병사들과 전몰 및 순직 군경 유족들을 앉힌 것은 의전 배려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평범한 시민들이 애국의 주역이었음을 확인한 당연한 예우다. 문 대통령이 보훈처의 위상을 격상하고, 애국자에 대한 예우와 보상을 강화하겠다는 약속 또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애국의 대가가 말뿐인 명예로 끝나서는 공동체를 위한 헌신을 이끌어낼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어제 추념사에서 가장 큰 울림을 남긴 것은 역시 애국으로 이념적 갈등을 극복하자는 문 대통령의 제안이다. 과거 보수 정권들은 예외 없이 애국과 보훈을 이념으로 덧칠하며 정치에 활용했다. 권위주의 정부는 전쟁 경험을 앞세워 진보를 종북세력으로 호도했다. 애국의 이름으로 무고한 생명들을 희생시켰다. 보훈단체를 앞세워 정치적 반대자들을 친북세력으로 몰아붙이는 일은 최근까지도 일상이었다.

애국이 특정 정치세력의 전유물인 양 치부하는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한다. 보수의 전위조직인 보훈단체들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특히 전역 장성들의 전유물로 전락한 재향군인회는 전역 군인 전체를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념을 뛰어넘어 통합을 이루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보수세력은 더 이상 오도된 애국과 이념에 기대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물론 진보 진영의 안보에 대한 균형 잡힌 태도도 필요하다. 상대방에 대한 과도한 비판이 또 다른 이념 논쟁을 촉발할 수 있음을 양 진영 모두 유념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추념사가 국가통합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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