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김진태 검찰총장이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감청 문제와 관련해 “업체에서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기관에서 직접 감청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제 국회 법사위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다. 김 총장은 “압수수색할 때 협조하지 않으면 열쇠공을 불러 문 따는 것처럼,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감청 영장 집행 거부 방침을 밝힌 다음카카오 측에 물리력까지 동원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사이버 검열’ 논란으로 온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 검찰 총수가 자성하기는커녕 막무가내, 적반하장이니 어처구니가 없다.

김 총장의 발언을 뜯어보면 위법 소지가 작지 않다. 우선 그는 ‘감청 영장에 불응해도 제재 조항이 없다’는 지적에 “제재 규정이 없으면 (제재를) 안 해도 되느냐. 그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것이 죄형법정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법치국가의 검찰총장이 할 말인가. 법사위원장이 “부적절한 답변”이라고 질타한 건 당연하다. 감청이 불가능한 카카오톡에 대해 감청 영장을 발부받아 저장 메시지를 확보해온 ‘위법적’ 관행을 두고도 김 총장은 “견해가 다르다. 법과 해석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저희 해석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송수신이 끝나 서버에 저장된 메시지는 감청 대상이 아니라 압수수색 대상이다. 검찰이 언제부터 대법원 판례도 무시하고 마음대로 법해석을 해왔나.

2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진태 검찰총장이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의 감청에 관해 질의에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출처 : 경향DB)


사실 김 총장의 발언은 전후관계조차 맞지 않는다. 국감 초반에 그는 카카오톡 감청에 대해 “기술적으로 원리를 알지 못하고 장비도 없다”고 답했으나, 후반에는 “직접 감청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을 바꿨다. 기술적 원리도 모르고 장비도 없지만 직접 해보겠다니, 비논리도 이런 비논리가 없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강경 대응을 주문하자 ‘코드’를 맞추려다 논리적 모순에 빠진 정황이 짙다.

사이버 검열 논란이 불거진 뒤 검찰은 ‘사실과 달리 알려졌다’거나 ‘표현이 세련되지 못했다’는 등의 해명을 늘어놨다. 일부 표현 잘못으로 사이버 명예훼손 수사의 취지가 와전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총장의 국회 답변을 보면 이 같은 해명이 핑계에 불과함을 알게 된다. 시민의 정보인권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 수사를 위해서라면 법해석도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사이버 망명’으로 대변되는 불안과 공포를 낳은 것이다. 검찰은 이제라도 위법적 관행의 고리를 끊어내고, 인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이버 수사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사이버 검열 논란은 ‘열쇠공 불러 문 따는 식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