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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KBS 이사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 독립을 반대한 분이기에, 대한민국 공로자로 거론하는 건 맞지 않다”고 밝혔다. 또 “상해 임시정부는 임시정부로도 평가받지 못했고 우리가 독립국 국민이 된 것은 1948년 8월15일 이후”라고도 했다. 이인호 이사장이 언급한 ‘독립’은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단독정부 수립을 일컫는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대한민국헌법’은 전문에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영방송 이사장이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하여 조국 독립에 헌신한 애국지사들을 모욕한 것이다. 이 이사장의 노골적 우편향 행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는 반역사적 망언으로 용납할 수준을 넘어섰다.

이 이사장의 발언은 사실관계부터 틀렸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백범은 이승만 등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며 통일정부 수립을 염원했다. 즉 그가 반대한 것은 ‘독립’이 아니라 ‘분단’이었다. 뉴라이트 진영은 그러나 이를 폄훼하며 단정을 수립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로 칭하고 있다. 8월15일도 ‘광복절’ 대신 ‘건국절’로 바꿔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을 신봉하는 이들은 임시정부를 비롯한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의 성과를 깎아내리며 현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분리하고자 한다.

이인호 KBS 이사장이 22일 여의도 KBS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뉴라이트 계열 역사학자인 이 이사장의 국감 발언 또한 이 같은 역사왜곡 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 이 이사장은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일으킨 ‘대안교과서’의 감수를 맡았고, 지난해에도 오류와 편향으로 얼룩진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옹호한 바 있다.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교회 강연에 대해 “감동받았다”는 소감을 밝혀 국민을 아연케 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인호씨가 KBS 이사장으로 거론될 당시, 편향되고 비뚤어진 그의 역사관을 들어 임명에 반대한 바 있다. 이제 우려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건강한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할 공영방송의 최고 의결기구 수장이 상식에 어긋나고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는 망언으로 역사와 헌법을 모독하는 광경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그가 KBS에 있는 한 KBS가 공정하고 독립적인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 이사장은 즉각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자리에서 내려옴이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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