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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성상철 전 병원협회 회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건보공단 임원추천위원회는 최근 성 전 협회장을 포함한 3명의 이사장 후보를 확정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 중 2명을 청와대에 임명 제청하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현재 이사장 임명 제청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성 전 회장은 그간 의료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의 대표와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이사를 지낸 이력이 있다.

건보공단은 의료보험 가입자가 낸 보험료가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감시·감독하고 집행하는 게 주 임무다. 특히 병원의 의료보험료 부당 청구를 감시하고 매년 한 차례씩 열리는 의보수가 산정 때도 병원의 무리한 인상 요구에 맞서 소비자 권익을 지켜야 한다. 이 때문에 건보공단은 언제나 병원과 척을 질 수밖에 없는 자리다. 그러나 성 전 회장은 서울대병원장·병원협회장으로서 철저히 병원 측 입장을 대변해왔다. 그가 건보 이사장 유력 후보라는 소식에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꼴’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6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안경을 고쳐쓰고 있며 답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그의 자격을 의심할 만한 사안은 또 있다. 성 전 회장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고교 후배이자 김 실장이 박정희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재직할 때 이사였다. 10·26 때 국군서울병원 의사로 근무하면서 박정희 대통령을 직접 치료했다는 얘기마저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누가 보더라도 ‘사천’임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2000만 가입자가 매년 내는 보험료만 50조원에 달한다. 가뜩이나 2016년 이후 의보 재정이 적자로 전환돼 2040년이면 적자 규모가 48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터다. 건보재정 적자는 곧 의보수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보험 가입자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자리에 그가 적합한 인물이라고 볼 근거가 전혀 없다.

또 그가 U헬스협회장을 지낸 경력, 서울대병원장 재직 시절 의료영리화 도입을 앞장서 요구한 것도 자격 시비를 부른다. 건보재정을 관리해야 할 인물에 논란 많은 영리화 찬성론자라면 정말 곤란하다. 건보공단 이사장은 국민들의 건보료를 내 돈처럼 여기고 의료영리화에 맞서 건강보험 제도를 지킬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국민의 건보료를 병원에 퍼줄 생각이 아니라면 그를 이사장 후보에서 제외하는 게 마땅하다. 만에 하나 정부가 코드 맞추기로 그를 내세워 영리병원을 밀어붙이면 큰 재앙을 부를 것이다. 지금도 공공기관에 친박 낙하산이 차고 넘치는데 또 낙하산을 보낸다는 건 말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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