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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화재청에서 소목장에 엄태조(대구무형문화재)·소병진(전북무형문화재)씨, 소반장에 김춘식(전남무형문화재)·추용호(경남무형문화재)씨를 중요무형문화재로 각각 인정예고했다. 소병진씨는 전주장을, 김춘식씨는 나주소반을, 추용호씨는 통영소반의 맥을 이어온 공로를 크게 인정하고 문화재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즉 이 네 분이 지역특산품을 소중하게 전승하고 있었기에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인정예고를 보면 과연 문화재청에서 문화재 지정에 대한 원칙과 기본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첫째, 벼루장 신청자인 김진한씨(충남무형문화재)의 탈락은 납득하기 어렵다. 무형문화재 인정을 심의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7월11일자 회의록을 보면 김씨에 대해 한 문화재위원이 “충남도에서 무형문화재로 지정, 전수 교육이 잘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할 필요가 있느냐.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때문에 “지정가치는 있다고 판단되나 종목의 역사성, 학술성 등 전승가치를 심층 검토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실시하여…”라는 단서를 달아 탈락시켰다.
하지만 ‘벼루장’은 이미 1989년 종목 지정이 되었다. 당시 이창호씨(1990년 사망)가 문화재로 지정되었는데 이제 와서 ‘종목의 역사성’ 운운하고 있으니 이해할 수가 없다. 또한 김씨는 1987년 충남지방문화재로 지정되어 27년간 보령오석 벼루를 충실하게 전승·보존해왔다. 그럼에도 이 분야만 탈락시킨 것은 이번에 인정예고된 다른 분들의 기준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본다.
둘째, 2014년 제1차 문화재위원회에서 보유자로 인정예고했던 배첩장 홍종진씨가 이번 위원회에선 인정이 제외된 것도 문제가 있다. 회의록에는 그 취소 사유를 “인정예고자 홍종진씨는 보존처리 기량이 좀 더 강화될 필요가 있음”이라고 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지난해 6월24일부터 7월17일까지 공방 조사, 그리고 이은 8월29일부터 8월23일까지 기량 심사를 한 결과는 무엇인가. 당시엔 문화재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했고, 홍씨에 대한 인정예고까지 이뤄졌기에 하는 말이다. 이번 위원회에서 지적한 대로라면 앞서 조사한 전문가, 위원들과 함께 국고를 낭비한 실무자들도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셋째, 소반장의 경우 ‘나주반’ ‘통영반’ 등은 지역 특색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면서까지 인정을 했다. 그렇다면 ‘해주반’을 전승시켜온 경력으로 1992년 소반장으로 지정된 이인세씨(2009년 사망)의 아들이자 전수조교인 이종덕씨는 억울한 입장이다. 그는 1996년부터 부친 밑에서 꾸준히 해주반을 전승, 전수시켜왔다. 그런데 왜 그에게는 신청자격이 없다면서 아예 신청서류를 반송했는가. 이종덕씨는 지난해 2월19일부터 4월5일까지 이루어진 신청자 접수 시 신청서류를 제출했다고 한다. 그런데 2011년 신청했다가 탈락했고, 탈락한 지 2년 이내엔 재신청할 자격이 없다며 실무자가 신청 접수 자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이종덕씨는 문화재청의 요청에 의해 지정 신청을 했으며 무슨 연유로 탈락이 됐는지 그 이유조차 잘 모르고 있다고 항변한다. 그러므로 이번의 소반장 지정 신청 공고 때는 함께 신청 접수를 받아 공평하게 실사를 받도록 했어야만 한다고 본다. 이는 이종덕씨가 전승하고 있는 해주반 자체를 중요무형문화재에서 없애려고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해주소반을 한국의 대표적인 소반으로 홍보해오던 문화재청에서 이번엔 어떤 사유로 해주반 종목 자체를 제외시켰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50주년 맞는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장인의 손길 (출처 : 경향DB)
문화재청은 지난해에도 채화칠장 인정예고에서 비전문가 심사, 실사 방법의 공평성 등 문제점을 지적받았다. 그럼에도 이번 지정 과정을 보면 제반 문제점들이 조금도 개선되거나 보완되지 않았다는 것이 또다시 드러났다. 문화재청의 문화재 지정에 대한 기준과 원칙, 그리고 명확한 대안 마련과 이의 공정한 집행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이칠용 | 한국공예예술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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