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미스터리’의 끝은 대체 어디인가. 이번엔 청와대 송광용 교육문화수석이 임명 3개월 만에 사직, 갖가지 뒷말과 추측이 나돌고 있다. 청와대는 송 수석이 지난 20일 사표를 제출했고, 박 대통령이 바로 수리했다는 사실만 밝힌 채 입을 봉하고 있다. 송 수석의 사직은 분명 돌연하고 이례적이다. 송 수석이 사표를 낸 20일은 박 대통령이 캐나다·미국 순방에 나선 날이고, 인천 아시안게임이 시작된 날이다. 인천 아시안게임 주무 수석으로 관련 업무에 의욕이 넘친 것으로 알려진 송 수석이 대회 첫날 돌연 사의를 표명하고 대통령이 즉각 수리했다는 것은 그만큼 중대한 사유 때문에 ‘경질’됐다는 것을 시사한다. 임명 당시에 ‘제자 논문 가로채기’ ‘중복 논문 게재’ 등 의혹으로 자질 논란이 컸으나 송 수석 임명을 밀어붙인 박 대통령이다. 그래놓고 불과 3개월 만에 경질을 했으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터인데, 가타부타 아무런 설명이 없다. 청와대 관계자가 고작 한다는 소리가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며 사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설마 그걸 국민에게 믿으라는 건가. 박근혜 정부 인사에서의 고질병인 불통과 독선이 스멀거린다.

청와대가 무조건 숨기려고 하니 송 수석의 경질 배경을 놓고 추측이 꼬리를 물고 있다. 산하기관장 인선에서의 실책 때문이었다거나, 청와대 수석 임명 전 법적 문제가 발견되었다거나, 전교조 문제 등 정책 조정 과정에서의 갈등설 등이다. 도덕적 결격 사유든, 자질과 업무 능력 때문이든 책임은 하나로 모아진다. 청와대 인사 시스템의 중대 결함을 다시금 확인시키는 것이고, 박 대통령 ‘수첩 인사’의 실패 목록에 항목이 추가되는 것이다.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출처 : 경향DB)


인선 과정은 물론이고 사퇴나 경질의 이유마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박 대통령의 ‘깜깜이 인사’가 처음은 아니다. 통일부 장관 후보로도 거론된 최대석 대통령직 인수위원의 급작스러운 사퇴, 1주일 만의 천해성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 임명 철회 등이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지난 7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이상한’ 면직 조치도 마찬가지다.

고위 공직자의 임명과 사퇴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는 것은 인사권자로서 당연한 책무다. “내 마음대로 사람 쓰고 자르는데 웬 참견이냐”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인사 난맥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밀실, 소통 부재, 비밀주의에 따른 불투명한 인사가 극한 불신을 낳는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 때마다 불필요한 소문과 유언비어가 끊이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송 수석의 경질 이유를 분명히 밝히기 바란다. 국민에 대한 도리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