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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의회가
그제 무상급식비 지원을 중단하는 대신 그 예산을 ‘서민 자녀 교육지원사업’에 투입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무상급식은
진보좌파들에 의한 무책임한 무상복지’라고 주장해온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비 지원 중단 결정을 뒷받침해준 것이다. 도의원
55명 가운데 새누리당 소속이 51명이고, 그중 40명이 조례안을 발의했으니 본회의 통과는 불문가지였다.
이에 다음달부터 경남지역 학생(28만5000여명) 중 학교급식법이 정하는 저소득층 6만6000여명을 제외한 약 21만9000명은
급식비를 내야 한다. 1인당 연간 40만~70만원이다. 경남도는 도교육청에 지원하려던 무상급식비(643억원) 전액을 서민 자녀
지원사업에 투입할 예정이다.
얼핏 그럴듯해 보인다. 저소득층·취약계층 등 서민자녀들을 집중 지원해 부유층과 서민층의 교육비 격차를 줄이자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곳곳에서 문제점이 나타난다. 당장 경남도 사업 중 대부분이 경남도교육청이 시행 중이거나 추진 중인 29개
사업과 겹친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를 들면 EBS 수강료 및 교재비, 온라인·보충학습 수강권 등을 골자로 한 경남도의 바우처
사업은 도교육청이 이미 시행 중인 ‘방과후 자유수강권’ 지원 등의 사업들과 중복될 수 있다. 그러니 아이들 밥값을 빼앗아 학원비를
이중지원하는 격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무엇보다 ‘서민 자녀를 돕겠다’면서 교육청 및 일선 학교와 어떤 협의도 없었다는
것은 정상적인 일처리가 아니다.
19일 오후 경남 창원시 경남도의회 청사 앞에서 도내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친환경 무상급식 지키기 경남운동본부 등 시민단체가 경남도가 도의회에 낸 학교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서민 자녀 교육지원 사업에 쓰도록 하는 조례안 제정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_ 연합뉴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동안 눈치 보지 않고 밥을 먹었던 경남지역 학생들이 다음달부터는 돈을 내든지, ‘가난을 증명’하든지
양자택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남도의 서민 자녀 교육사업에서 혜택을 보려 해도 마찬가지다. 이 얼마나 비교육적인 처사인가.
누누이 강조하지만 무상급식은 선별복지가 아닌 의무교육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헌법 31조는 ‘모든 국민은 교육받을 의무가 있으며,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했다. 홍준표 지사는 무상급식을 두고 ‘좌파정책’이라 폄훼했다. 그러나 2007년 경남도에서
무상급식을 처음 도입한 이는 당시 한나라당 소속인 강석진 거창군수였다. 혹여 무상급식을 이념문제로 쟁점화해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
한다면 그것은 매우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발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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