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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무상보육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서울시교육청 등 7개 시·도교육청 감사에 착수했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 책임 주체가 중앙정부냐, 시·도교육청이냐를 놓고 첨예한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시행하는 감사여서 정치적 파장이 크다. 시·도교육감들은 ‘정치감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황찬현 감사원장은 민간단체의 청구에 따른 감사라며 부인했다. 하지만 이번 감사를 정당한 문제제기로 믿거나, 공정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감사원이 그간 독립성과 중립성을 의심받아 온 데다, 하나같이 진보 교육감이 이끄는 교육청들만 감사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누리과정 예산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지방교육청의 예산 미편성이 법적 의무 위반인지, 예산 편성의 재정 여력이 있는지 등을 살필 계획이라고 한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그동안 교육감들을 압박해 온 논리 그대로다. 감사원이 대통령의 의중을 떠받들어 ‘징벌적 감사’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황찬현 감사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_김영민 기자
교육청의 법적 의무 위반 문제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보인다. 정부는 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강요하다 법적 근거 미비 논란이 일자,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 편성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 이러니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은 교육청의 시행령 위반’이라며 정부 손을 들어주는 감사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온다. 지방교육청들은 누리과정 예산 편성 여건과 관련해 이미 여러 차례 국정감사와 교육부 감사를 받았다. 그럼에도 또다시 감사원이 칼을 빼든 것은 누가 봐도 중복 행정이요, 진보 교육감 찍어누르기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감사원이 이런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말 그대로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감사를 하면 된다. 법으로 보장된 중립성과 독립성을 기준으로 누가 무상보육 누리과정의 중앙정부 책임 공약을 했으며 누가 법률에 반하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임의로 고쳤는지, 누가 아이들을 볼모로 삼고 있으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등을 제대로 가리는 것이다.
그러려면 감사원은 박 대통령부터 조사해야 한다. 누리과정 예산 업무를 담당하는 교육부와 기획재정부 등 중앙 부처 역시 감사 대상에 올려야 한다.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다며 저소득층 학생 지원비 등 초·중·고 예산을 전용한 대구 등 3개 교육청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 이들을 놔두고 진보 교육감이 소속된 교육청들만 조사한다면 형평에 어긋날 뿐 아니라 보육대란의 진실 규명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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