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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의 대선 경선 파행 사태가 정상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불참을 주도한 김두관·손학규 두 후보가 문제 지역에 대한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의 재검표 등 정상화 노력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수용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어제로 예정된 충북지역 TV 토론회는 후보들 간 합의로 취소했으나 경선은 다시 제 궤도로 들어섰다. 각 후보 진영의 곤두선 신경을 감안할 때 또 무슨 일이 생겨날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파국 직전의 위기를 하루 만에 해소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경선 정상화를 위한 당 선관위의 발표문은 이번 사태의 전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선관위는 모바일 투표를 하다 중간에 끊은 ‘미투표’를 검표한 결과 통계적 오류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투표 내용을 심각하게 왜곡시킬 만큼 중대한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가 된 후보자 호명은 순서를 번갈아 하고, 중간에 그만둔 표도 유효표로 인정하기로 했다. 경선 파행의 충격을 감안한다면 ‘태산명동서일필’과 같은 허무한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여기에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진실이 들어 있다.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세 후보, 즉 ‘비문 후보들’이 지도부에 갖고 있는 불신이 폭발했다는 얘기다.


자리 앉는 민주당 수뇌부 (출처: 경향DB)


실제 지도부의 경선 관리는 수준 이하였다. 사전에 예상되는 문제를 거르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사후 대처 과정에서도 안이한 태도로 일관했다. 후보들의 문제 제기를 불신 해소가 아닌 ‘도전’으로 인식하는 바람에 사태를 키운 측면이 없지 않다. 이런 식이니 일부 후보들의 참관인이 빠진 상태에서 울산 경선을 강행할 생각을 한 것이다. 특정 후보를 띄우기 위한 흥행몰이로 비쳐질 만했다. ‘비문 후보들’도 이번 기회에 경선을 축제로 만들려는 노력 없이 승부에만 집착한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승자의 여유나 조심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그래도 문 후보가 양보의 자세를 보인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


경선은 단순히 본선에 나설 후보를 선출하는 절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각종 룰을 포함해 후보자들의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한데 묶어내는 고도의 정치 행위다. 관리자는 물론이고 후보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빛이 바래기 십상이다. 경선의 성패 요소로 공정한 룰과 결과에 대한 승복을 드는 이유다. 민주당은 또 다른 출발점에 섰다. 당장 지도부는 상호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도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후보들은 후보들대로 ‘나의 승리’가 아닌 ‘우리의 승리’를 염두에 둘 일이다. 비온 뒤에 땅이 굳을지, 수렁이 될지는 전적으로 민주당 하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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