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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이 출발 이틀 만에 중대 위기에 봉착했다. 어제 정세균·김두관·손학규 등 ‘비문재인(비문)’ 진영 후보들은 모바일 투표의 허점을 이유로 울산 경선에 불참했다. 당 지도부는 합동연설회를 생략한 채 현장투표를 강행했다. 제1 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초반부터 파행을 빚었다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사하는 민주당후보들(출처: 경향DB)
논란의 초점은 모바일 투표 시 후보 안내 메시지를 끝까지 듣지 않고 투표한 뒤 끊으면 ‘미투표’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기호 1~3번인 정·김·손 후보는 지지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번호를 누른 뒤 바로 끊어 무효처리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결과적으로 마지막 순번인 4번 문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문 후보는 지난 주말 치러진 제주·울산 경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 비문 후보 3인은 모바일 투표 시스템 전면 수정과 당 선관위 재구성 등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 책임이 민주당 지도부에 있다고 본다. 모바일 투표를 처음 실시한 것도 아니고, 그 약점이 처음 드러난 것도 아니다. 4·11 총선을 앞두고 모바일 경선에서 선거인단 불법모집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모바일 투표의 문제점 때문에 대선 후보 경선이 파행을 빚고 있으니 지도부의 안이한 자세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단순한 경선 규칙의 문제가 아니라, 연말 대선을 바라보는 근본적 인식의 문제이다. 말로는 2002년 ‘노풍’의 재현을 꿈꾼다면서도, 경선의 형식과 내용을 다듬고 채우는 데 무관심했던 결과가 작금의 사태로 나타난 것 아닌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은 한 정당의 후보 선출 절차를 넘어, 변화를 바라는 많은 이들의 기대와 요구를 반영하는 과정이다. 지도부와 각 후보가 머리를 맞대고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조속히 복원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선두주자인 문 후보 측이 “네 후보가 힘을 합칠 수만 있다면 유불리는 중요하지 않다. 당이 다른 후보들의 근심을 덜어줄 방법을 제시하면 무엇이든 찬성”이라고 밝힌 데 주목한다. 실제 경선이 반쪽짜리로 전락할 경우 누가 승리자가 된다 해도 본선 경쟁력을 기약할 수 없다. 문 후보는 유연하고 대승적인 자세로 사태 수습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 다른 후보 3인도 공정한 경선을 요구할 수는 있으되, 판을 깨는 식이 돼선 곤란하다. 미래 비전과 리더십을 둘러싼 경쟁, 정정당당하고 역동적인 경선을 바라는 시민들의 기대를 배반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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