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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내 최장기 투쟁사업장 콜텍 노사가 정리해고 노동자의 ‘명예 복직’ 등에 최종 합의했다. 4465일간 벌여온 노동자들의 복직투쟁은 끝났다. 42일간 이어진 임재춘 노동자의 단식도 멈췄다. 다행스럽다. “회사가 버티면 노동자들이 알아서 포기한다는 법칙을 깨고 싶었다”는 이인근 콜텍지회장의 말처럼, 이번 합의는 ‘부당한 정리해고는 용납될 수 없다’는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4464일간 이어진 국내 최장기 투쟁 사업장 콜텍 노사가 정리해고 노동자의 ‘명예 복직’에 합의한 22일 임재춘 콜텍지회 조합원(오른쪽)이 서울 강서구 등촌동 콜텍 본사 앞 농성장에서 42일 만에 단식을 풀며 김경봉 조합원과 눈물을 흘리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사람을 함부로 해고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콜텍 노동자들의 저항은 2007년 사측의 일방적인 해고로 시작됐다. 사측이 비용 증가를 이유로 생산기지를 인도네시아·중국 등으로 옮기면서 공장 폐업과 함께 노동자 89명을 정리해고한 것이다. 당시 콜텍은 수십억원의 순익을 냈으며, 직전 10년간 누적흑자 규모는 수백억원에 달했다. 근로기준법 24조에는 노동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미래에 다가올 경영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정리해고는 유효하다”고 최종 판결했다. 그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최악의 판결로 꼽은 이 사건의 배경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간 재판거래가 있었다.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2015년 작성한 문건에 콜텍 정리해고 유효판결이 언급돼있다. 이 때문에 콜텍 노동자들은 13년간 거리에서 힘겨운 복직투쟁을 해야만 했다. 

콜텍 사태를 보면서 우리 사회는 과연 노동을 존중하는가를 되묻게 된다. 합의 내용을 보면, 사측에 일방적이다. 사측은 ‘사과’ 대신 ‘깊은 유감’을 표했다. 복직은 30일 뒤 퇴사하는 형식이어서 노동자는 ‘명예’만 얻었다. 해고기간 임금은 보상이 아니라 합의금으로 마무리됐다. 사실상 금속노조 콜텍지회는 합의와 함께 해체된다. 최소한 한국 땅에서는 사측이 그렇게 원했던 노조 없는 회사가 된 것이다. 콜텍 해고 노동자들이 복직투쟁을 하는 동안 ‘노동 존중’을 내세운 정부·여당은 뭐 하나 한 것이 없다. 금속노조만이 생계·법률 지원 등에 나섰을 뿐이다. 종교·시민사회 운동가들의 도움이 더 많았다. 완전한 해결도 아니다. 13년간 복직투쟁의 원인이 된 양승태 사법부에 대한 진상조사와 함께 책임도 물어야 한다. 더 큰 숙제는 한국에서 ‘기업은 누구를 위한 일터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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