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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1일은 경찰의날이다. 해마다 경찰은 이날을 맞아 시민과 함께하는 경찰을 다짐하는 행사를 열어왔다. 현 경찰의날은 1945년 해방 후 당시 미군정(美軍政)이 경무국을 창설한 날에서 비롯됐다. 1957년 11월 내무부 훈령에 따라 이날을 경찰의날로 지정했고, 1973년 제정된 대통령령인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정부 주관 기념일로 확정됐다. 그러나 경찰의 뿌리는 1919년 11월5일 임시정부가 설치한 경무국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은 백범 김구 선생이다. 당시 백범은 경무국이 임시정부 청사를 경비하고 주요 인물들을 경호하게 했다. 또 일제의 정탐을 방지하고 밀정을 찾아내는 등 경찰 조직으로서 기능을 수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73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치사를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73회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대한민국 경찰의 뿌리는 임시정부 김구 선생에 있다”고 했다. 이어 “김구 선생은 ‘임시정부의 문지기가 되겠다’는 각오로 대한민국 경찰의 출범을 알렸다”고 했다. 경찰의 효시가 일제강점기 이후 미군정기의 과도기적 조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임시정부에 있다는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헌법에도 대한민국 정부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적시돼 있다. 미군정 경무국이 창설된 날을 기준으로 삼는 현 경찰의날은 대한민국의 독립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다.

최근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도입 등 여러가지 제도·구조개혁을 준비하며 인권경찰, 민생경찰로 거듭날 것을 다짐하고 있다. 해방 후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친일 경찰’을 재기용한 것은 경찰의 대표적인 오욕의 역사 중 하나다. 이제 시민의 경찰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터에 경찰의 첫 시작을 임시정부 경무국 창설일로 바꾸는 것을 논의해 볼 때가 됐다. 정부는 지난 5월 일제 잔재가 남아 있다는 이유로 ‘철도의날’을 변경한 바 있다. 경찰의날도 역사적 정체성과 자긍심 회복을 위해 변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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