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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강원도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에서 6·25 당시 국군 전사자 박재권 이등중사(병장)의 유해를 발굴했다고 25일 밝혔다. DMZ 내에서 유해발굴을 위한 사전조치로 지뢰·폭발물 제거 작업을 하다 유해 2구를 수습, 유품과 기록을 통해 박 이등중사의 신원을 확인한 것이다. 박 이등중사는 산화한 지 65년 만에 가족의 품에 안기게 됐다. DMZ 내 국군 전사자 유해를 수습한 것은 휴전 후 처음이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국가가 뒤늦게나마 고인의 희생에 최소한의 예우로 보답하게 돼 다행스럽다.

25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백마고지 인근 화살머리고지에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원이 함께 발굴된 한국전쟁 당시 전투 장비를 보여주고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원이 25일 강원 철원군 백마고지 인근 화살머리고지에서 국군 전사자 유해와 함께 발견된 6·25전쟁 당시 전투장비를 수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번 유해발굴은 국가의 책무를 다시금 상기하게 하고 있다. 박 이등중사는 1952년 3월 21세의 나이로 입대, 이듬해 7월 그것도 전투 중지가 선언되기 바로 전날 안타깝게 전사했다. 하지만 국가가 그의 유골을 수습하는 의무를 다하는 데 꼬박 65년이나 걸렸다. 철조망으로 이 땅을 가른 남북 긴장이 낳은 비극이다. 그나마 박 이등중사의 유해를 찾은 것은 지난달 19일 남북이 체결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덕분이다. 남북은 이 합의에 따라 지뢰 제거 작업을 실시하고 있고, 내년 4월부터 화살머리고지에서 본격적인 공동유해발굴 작업에 들어간다. 화살고지에는 국군 200여명과 미군·프랑스 전사자 100여명에 북한군과 중공군의 유해도 매장돼 있다고 한다. DMZ 내 전역에 묻힌 국군 전사자는 1만여명이다. 국가는 마지막 전사자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25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백마고지 인근 화살머리고지에서 국방부 유해발굴 감식단원들이 6.25 당시 전투에서 숨진 국군 유해를 발굴하던 중 발견된 전사자의 인식표와 계급장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남북군사합의에 의한 또 다른 조치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가 완료됐다. 남북한과 유엔사령부가 JSA 내 초소와 병력, 화기의 철수작업을 마무리한 것이다. 이로써 판문점은 세계에서 가장 긴장감이 높은 장소에서 민간인과 관광객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지역으로 변모한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가 항구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핵 협상의 결과에 따라 남북관계가 또다시 악화돼 유해공동발굴과 JSA 비무장화 등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남북 간 합의들이 외부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이행되려면 공고한 담보 장치가 필요하다.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도 그중 하나다. 다시는 이 땅에 전쟁도, 65년이 지나서야 유해를 찾아내는 비극도 없도록 해야 한다. 불가역해야 할 것은 북한의 비핵화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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