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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의 노동조합 탄압에 반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염호석씨 ‘시신 탈취’ 사건에서 삼성 측의 편의를 봐주고 뒷돈 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경찰관 2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은 경남 양산경찰서 하모 전 정보과장과 김모 전 정보계장을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부정처사후수뢰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염씨 시신 탈취는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던 삼성의 대표적인 노조 탄압 사건 중 하나다. 엄정한 법집행을 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사측의 하수인 역할을 했다니 참담하다.

2014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열린 염호석씨의 영결식에서 동료들이 염씨를 추모하고 있다. 사측의 노조 탄압으로 염씨는 ‘노조가 승리하는 날 화장해 뿌려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센터 분회장이었던 염씨는 2014년 5월 “저 하나로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라는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노조는 유족 동의를 얻어 노조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하고 서울의료원에 빈소를 마련했다. 그러나 염씨 부친이 가족장으로 치르겠다고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 경찰 300여명이 장례식장에 투입됐고, 염씨 시신은 부산으로 옮겨져 곧바로 화장됐다. 검찰 수사 결과 이 같은 시신 탈취 전 과정에 하 전 과장과 김 전 계장이 개입하고 있었다. 염씨 부친은 삼성 측으로부터 6억8000만원을 받고 마음을 바꿨는데, 이들 경찰관은 염씨 부친과 친한 지인을 동원해 설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하 전 과장은 부하 경찰관을 시켜 삼성의 합의금을 염씨 부친에게 전달하기까지 했다. 또한 부산으로 옮긴 염씨 시신을 신속히 화장하기 위해 검시 필증이 필요하자 양산경찰서 당직 경찰관이 ‘수사상 필요하며 유족의 요청이 있다’는 취지의 허위공문서를 작성하도록 해 필증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삼성은 염씨의 장례가 노조장으로 치러지면 사회적 이슈로 커질 것을 우려해 염씨 부친을 사실상 돈으로 매수해 가족장을 치르게 했다. 이 같은 삼성의 부당한 행위에 이들 경찰관은 충직한 손발이 돼 움직였던 것이다.

삼성은 지난 수십년 동안 노조 설립을 방해하고 설립된 노조는 와해시키는 온갖 부당노동행위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경찰 등 국가기관은 사실상 삼성 편에 서서 편파적인 공권력을 행사해왔다. 이는 삼성이 오랫동안 시대착오적인 무노조 경영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검찰의 전면적인 노조와해 혐의 수사 이후 삼성전자서비스는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보장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경찰도 노사 문제에서 그동안의 기울어진 공권력 행사를 반성하고 공정한 법집행자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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