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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태·김기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필두로 헌법재판관과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의 새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절차가 10일 시작됐다. 인사청문회가 예정된 11명의 후보자 중 최소 5명이 위장전입 의혹을 받고 있다. 김기영·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이다. 과거 인사청문회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던 고위공직 후보자의 위장전입 전력이 이번에도 예외가 아닌 셈이다. 또다시 위장전입 해명 청문회가 될 판이다. 당장 김기영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도덕적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점은 송구스럽다”고 판에 박힌 사과를 했다. 야당 시절 추상같은 잣대를 적용해 위장전입을 질타했던 여권이다. 조각 인사에 이어 이번에도 위장전입 의혹을 사는 고위공직 후보자들이 줄줄이 등장한 것은 참으로 보기 민망한 자가당착이다.

김기영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위장전입 의혹을 받던 고위공직 후보자들이 ‘투기 목적이 아니다’ ‘자녀 교육 때문에’ 같은 변명을 늘어놓으며 대부분 인사청문회를 무사 통과했다. 선량하게 법을 지키며 살아가는 시민들로서는 “마음을 후벼 파는” 배반과 좌절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고위공직 인선에서 배제하겠다는 ‘5대 원칙’을 공약하며 위장전입을 포함시킨 것도 그 때문일 터이다. 하지만 첫 조각 인사부터 특히 위장전입 문제 때문에 ‘5대 원칙’은 허물어졌다. 청와대는 지난해 11월 ‘5대 원칙’을 성범죄와 음주운전을 포함한 ‘7대 원칙’으로 확대하면서 위장전입의 문턱을 낮춘 인사검증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위장전입은 인사청문제도가 장관급까지 확대된 2005년 7월 이후 부동산 투기 또는 자녀 학교 배정 관련으로 2회 이상이면 적용한다는 ‘셀프 기준’이다. 7차례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된 이은애, 3차례 위장전입 의혹이 나온 김기영 후보자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문제될 수 있다.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인사권자가 위장전입에 면죄부를 줬다 해서 국회마저 설렁 넘어가서는 안될 일이다. 인사청문회에서 각 후보자의 위장전입 실체와 경중을 엄중하게 따지고 철저히 검증해 응분의 책임을 후보자들이 지도록 해야 한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명백한 불법행위가 면피성 ‘사과’ 한마디로 아무일 아닌 듯 넘어가는 일이 계속되면, 정의와 법치가 설 땅은 그만큼 쪼그라 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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