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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그 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술 취한 모습을 보라든가 긴 여행을 가보라는 말을 합니다. 그러면 그 본모습과 바닥을 볼 수 있다고요. 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해도 알아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식당과 주유소에서 그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면 됩니다. 배가 고파 동물적으로 바뀔 때 식당 종업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폼 나게 차 몰고 들어가서 주유해주는 사람에게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를 보십시오. 그때의 그 모습이 화가 났거나 기분 안 좋을 때, 그리고 내 상황이 어렵거나 내가 그 사람보다 아래에 섰을 때, 장차 영락없이 내 게 취할 행동이니까요.

‘그 집안 가풍을 알려거든 그 집 종에게 물어봐라’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밖에서는 점잖은 신사에 교양인으로 행동하겠지만 가솔과 수하에게 보이는 모습이 그의 진짜 수준입니다. 회사 대표의 인성은 일상의 민낯을 매일 겪는 운전기사와 비서에게 들으면 확실합니다. 다정하고 성실한 상사가 집에서는 나태하고 상전 대우나 바라며 호통과 폭언을 일삼을지 모릅니다. 어쩌다 밖에서 그 가족들과 마주치면 웃어도 안 가려지는 음습한 그늘이 타인의 눈에는 어렴풋해도 꽤 드러나 보입니다.

가훈을 자랑하고 사훈을 강조합니다. 목소리 깔고 눈웃음 지으며 유난스럽게 입 가리며 웃거나 허허허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강조는 결핍입니다. 없어 보일 것 같으니 있어 보이려는 것이죠. ‘후까시’ 넣고 가발 썼다고 못 알아챌 친구 없습니다. 가까운 사이라 ‘알지만 모른 척’ ‘무안할 테니 입 다물자’ 하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사이가 틀어지면 어찌 될까요. 치명적인 적은 늘 제일 가까이 있습니다. 바닥을 ‘뽀록’ 내는 건 같잖다 여겼으나 자신을 늘 지켜봐온 이들입니다. 남 얘기 같지만 어쩌면 내 얘기일지 모릅니다.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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