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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엉뚱하게 ‘정피아(정치인+마피아)’ 세상을 만들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초래의 근인으로 꼽히는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차단해 놓으니 그 자리를 ‘정피아’가 꿰차고 있기 때문이다. 5개월간 공석이던 수출입은행 감사 자리에 박근혜 대선 캠프 출신의 공명재 계명대 교수가 임명됐다. 금융 경력은 물론 감사직의 유관성을 찾기 힘든 인사다.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 대선 캠프 출신 인사들이 금융공기업에 내리꽂힌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산은금융지주 회장을 꿰찬 홍기택 중앙대 교수는 박근혜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과 대통령직 인수위원 출신이다.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금융인맥의 핵심인 이덕훈씨는 지난 3월 수출입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은행장을 친박 인사로 앉힌 것도 모자라 은행 업무를 감시하는 감사에 친박 인사를 임명한 셈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백재현 의원에 따르면 39개 공공기관 중 14곳의 감사가 정치권 출신이다. 공공기관에서 민관 유착 구조와 비효율을 야기하는 ‘관피아’의 적폐는 세월호 참사에서 뼈저리게 확인됐다. 최근 철도와 원전 비리 등에서 보듯 공공기관의 뿌리 깊은 부정부패를 감안하면, 감사의 역할은 막중하다. 한데 코미디언 자니 윤을 한국관광공사 감사, 어린이집연합회 회장 출신의 이영애 전 의원을 중소기업진흥공단 감사, 임정덕 전 부산대 교수를 남부발전 감사로 임명했다. 전문성과 유관 경력이 전무한 이들의 공통점은 새누리당이나 대선 캠프 출신이라는 것이다. 감사의 기본 책무는커녕 회계장부 보는 법이나 아는지 의심스럽다.

경영평가 D .E 등급 기관의 낙하산 기관장 현황 (출처 : 경향DB)


공공기관 감사는 공모 절차를 거치지만 결국은 청와대가 낙점한다. 정치인 출신도 자격 요건을 갖추었다면 공공기관 임원이 되는 것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집권당 혹은 대선 캠프 출신이란 이유만으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관피아’의 폐해보다 ‘정피아’가 더 심각할 수 있다. 전문성은 물론 도덕성, 조직관리 능력에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올 초 업무보고에서 “일정 기간 해당 업무 경력을 갖추지 않은 사람은 공공기관 감사가 되지 못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도 누차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래놓고 공공기관의 장과 감사 자리를 정권의 사은품인 양 ‘정피아’에게 하사하고 있다. 이러면서 국가 혁신을 외치고 공공기관 개혁을 운위할 텐가. 이제라도 이율배반, 막무가내식 보은 낙하산 인사를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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