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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시·도교육청의 외국어고 및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추진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울지역 자사고 관계자들의 모임인 서울자사고연합회가 그제 폐지 반대 목소리를 낸 데 이어 어제는 서울지역 학부모연합회가 뒤를 이었다. 전국외국어고 교장협의회도 모임을 갖고 폐지 반대 성명을 냈다. 이들의 안타까운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이들의 주장과 요구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이들은 외고, 자사고가 입시 사교육을 부추기지 않고 고교서열화를 조장하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자사고, 외고는 일반고교보다 일찍 학생을 선발한다. 이 같은 우선선발제도를 통해 우수학생들을 독점할 수 있다. 이는 곧바로 소위 명문대 입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결과로 이어지고, 그 때문에 자사고, 외고 입학을 위한 사교육을 번성하게 만든다. 자사고와 외고가 추첨과 인성 면접 등 학생 선발 절차를 일부 개선했지만 우선선발이라는 특권은 온존한다. 이런 특혜를 받지 못하는 일반고는 ‘슬럼화’되지 않을 수 없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자사고, 외고의 폐지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자사고는 학비가 일반고의 2배가 넘는 ‘귀족학교’다. 설령 서민 자녀가 사회적 배려 전형을 통해 자사고에 입학할 수 있다고 해도 졸업 때까지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학교야말로 경제적 소득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부조리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기주의에 불과하다. 외고와 자사고를 없앤다고 사교육이 잡히고 공교육이 정상화되느냐는 주장에는 일면의 진실이 있다. 사교육의 원천인 대학입시와 학력사회를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외고와 자사고 탓만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외고, 자사고 폐지 문제와 대학입시, 학력사회 개선 문제는 선후의 문제가 될 수 없다. 공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사교육을 조장하며 특권 논란을 낳는다면 그것이 제도든 기관이든 개혁해야 할 적폐일 뿐이다. 이미 오래전에 외고와 자사고는 설립취지와 달리 명문대 입시통로로 전락했다. 학생 우선선발과 턱없이 비싼 학비, 국·영·수 집중 교육 등의 학교 운영은 바로 이 사회의 특권과 반칙이 바로 여기에서도 뿌리내리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학교들은 자기 성찰은커녕 교육당국의 잇단 개선 권고도 외면해왔다. 폐지하는 길 외에 다른 방법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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