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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2015년 기준 미달로 판정했던 서울외고와 장훈고·경문고·세화여고 등 자사고 3곳, 영훈국제중이 기준 점수를 넘은 것으로 평가하고 지정을 취소하지 않기로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과거 정부가 애초의 취소 기준 점수를 70점에서 60점으로 내려 기본점수만으로도 지정 취소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취임 이후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해왔던 조 교육감이 외고·자사고 일괄 폐지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는 교육감 권한으로는 외고·자사고 폐지에 한계가 있는 만큼 교육부가 법령 개정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며 중앙정부로 공을 넘기는 모양새를 취했다. 당장 외고·자사고 폐지에 반대하는 학부모 단체는 “폐지 주체를 교육부로 넘긴 ‘꼼수’ ”라고 비난했다. 폐지에 찬성하는 교육단체는 “고교 서열화가 고착되는 현실을 무시한 결정”이란 반응을 보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일 서울 신문로2가 시교육청에서 2015년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운영성과평가 최종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하지만 조 교육감은 외고·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모든 외고와 자사고를 즉각 일반고로 전환하거나, 5년마다 돌아오는 평가 시기에 맞춰 일반고로 전환하는 ‘일몰제’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또 외고·자사고의 우수학생 독점을 막기 위해 특성화고 전형만 먼저 하고, 특목고·자사고·일반고 전형은 한꺼번에 진행하는 고입 전형개선 방안도 제시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교육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일몰제’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측면에서 외고·자사고 폐지는 예상보다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대개 중장기 과제는 ‘없던 일’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내년에는 교육감 선거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외고·자사고 폐지는 교육계와 학부모들에게 공감도가 높은 교육정책이다.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폐지 의견이 52.5%로 유지 의견(27.2%)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학교 선택권 확대와 수월성 교육 강화라는 명분 아래 추진된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정책’은 입시 사교육을 부추기고, 일반고의 몰락을 가져왔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정부는 충분한 의견수렴과 사회적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실효성 있는 외고·자사고 폐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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