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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교사 증원을 약속했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지난 정부들은 늘 교사 정원을 줄여왔다. 미래에 줄어들 학생 수를 대비하여 미리부터 교사 수를 줄였기 때문이다.

박수를 보내야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교사가 되기 위한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그 과정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중등교사는 사범대학에 진학한 순간부터 임용시험을 준비하지 않으면 교사가 되기 어렵다. 사범대학이 이 과정을 전혀 준비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수천만원을 들여가며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 초등교사는 임용고시 경쟁률이 낮은 대신 대학에 입학하는 과정이 어렵다. 전국 10개 교육대학교와 교원대 및 이화여대 초등교육과를 졸업하지 못하면 아예 응시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교육대학교에 들어가는 일이 무척 어렵고 복잡하다. 사교육비도 다른 명문대학 들어가는 것보다 많았으면 많았지 결코 적게 들어가지 않는다. 결국 늦어도 중학교 고학년 때부터 대학교 졸업 때까지 진로를 정하고 꾸준히 준비하고 자원을 투자하지 않으면 교사가 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정도 노력과 자원을 자녀에게 투입할 수 있는 계층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될까? 소득 기준으로 상위 20% 이내가 아니면 어려울 것이다. 실제 서울지역 저경력 교사(10년 미만 경력) 중 강남3구 출신의 비율이 30%를 웃돈다고 한다. 가난하지만 사명감으로 일하는 교사상은 지난 세기의 모습이고, 지금은 공부로나 경제적으로나 상위 10% 이내의 젊은이들이 젊은 교사의 표준적인 모습이다.

어릴 때부터 미리 짜여진 계획에 따라 철저한 준비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온 엘리트가 아니면 교사가 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들은 비슷한 수준, 비슷한 계층의 동료들과 학창시절을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동안 경험한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의 학생들을 마주해야 한다. 이는 젊은 교사나 학생에게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교육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인 관계 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서로간의 필요 없는 오해를 누적시킬 수 있다. 학생들은 되도록 다양한 계층의 교사를 만나는 것이 좋으며, 교사 역시 서로 다른 계층 출신의 동료들과 함께 일하면서 삶과 경험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 원만한 교육활동과 성장을 위해 중요하다.

정부가 기왕 교사를 더 많이 선발하는 김에, 그 혜택이 가난한 계층의 젊은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으면 한다. 교육대학, 사범대학 입학전형에서 기회균등 선발을 확대하고, 장학금 혜택을 크게 늘려 능력과 사명감이 있는 젊은이라면 학비 걱정 없이 교대, 사대를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대, 사대 교육과정과 교수진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도 감행해야 한다. 공교육 종사자인 교사가 되기 위해 사교육비를 퍼들이는 상황은 모순적일 뿐 아니라 부끄럽기까지 하다.

무엇보다도 교사라는 직업이 상위 10% 계층이 자기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 독점하는 일자리 자원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이미 상당히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교사 증원 정책 역시 특별한 조치가 함께하지 않는다면 이 상위 계층 자녀들의 경쟁을 조금 완화해 주는 데 그치고 말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개천에 묻혀 있을지 모르는 페스탈로치들에게 자신만큼 혹은 더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권재원 |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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