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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과거 시국사건 6건에 대해 직권으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06년부터 4년 동안 재심을 권고한 73건 중 당사자 일부가 재심을 청구해 이미 무죄판결이 내려진 사건들이다. 함께 기소됐던 공동 피고인들은 무죄판결을 받았는데도 아직 신청하지 않은 18명을 대신해 재심을 청구해주는 것이다. 검찰이 과거 시국사건에 대해 먼저 재심을 청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찌 보면 재심 청구를 대행해주는 것에 불과하지만, 새로운 검찰로 거듭나기 위한 의미있는 걸음이라 평가한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취임 초 “검찰이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일부 시국사건 등에서 적법 절차 준수와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검찰의 재심 청구는 과거사 반성의 후속 조치라 할 수 있다. 검찰은 불과 5년 전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백지 구형’ 방침을 어기고 ‘무죄 구형’을 했다는 이유로 임은정 검사에 대해 정직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번 재심 청구에선 재판부에 무죄 구형을 할 것이라고 한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검찰은 좀 더 적극적으로 자성하고 변화해야 한다. 이미 법원에서 무죄가 내려진 사건 중 몇 건을 추려 재심을 대행 청구해준다고 과거가 청산되는 게 아니다. 과거사 반성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누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규명하는 절차가 병행되어야 한다. 유서대필 사건의 경우 24년 만에 누명을 벗었지만 당시 검찰 수사관계자 누구 한 사람 사과 한마디 없다. 검찰은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선 조봉암 사건 재심을 권고한 진실화해위에 대해 “결론에 꿰맞춘 궤변”이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부끄러운 과거 청산에 책임을 져야 할 검찰이 되레 적반하장의 태도였다. 이제 정권이 바뀌자 다시 태도를 바꾸니 선뜻 믿기가 어렵다. 새 정부 들어 검찰이 적폐청산 1순위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을 누그러뜨리려는 생각이라면 큰 오산이다.

검찰의 과거사 반성은 여론무마용이거나 잘못을 희석하기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과오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청산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법적으로 바로잡고, 명예를 회복시키고, 재발방지를 위해 제도를 고쳐야 진정한 청산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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