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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지 4개월 만에 김정은 체제가 공식 출범했다. 북한은 엊그제 조선노동당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을 당 중앙위 비서국의 제1비서로 추대했다.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으로 추대한 것과 마찬가지로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의 자리에 올려놓는 대신 김정은에게 실질적인 권력을 부여한 것이다. 당의 지도적 지침이었던 주체사상을 ‘김일성-김정일주의’로 대체해 3대 세습을 명문화하는 동시에 김정은의 북한이 선대의 유훈통치를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정은은 또 당 중앙군사위원장 및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에도 추대됨으로써 당과 군의 최고지도자 자리에 올랐다.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및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최룡해를, 당 정치국 위원에 김정각 인민무력부장을 각각 임명하는 등 핵심지도부의 진용도 갖추고 있다.
특히 박봉주 전 내각총리를 당 중앙위 부장에 임명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의 주역을 중임함으로써 경제활성화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반도 남쪽은 물론, 국제사회는 김정은 체제의 출범 자체보다 북한이 금명간 발사할 광명성 3호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로켓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1874호에 위반된다면서 압박의 고삐를 더욱 조일 태세다. 북한은 광명성 3호가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지구관측위성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도발로 간주하고 있다. 북한으로선 김일성 주석 탄생 100돌과 김정은 체제 출범을 동시에 축하하고 대내적 결속을 다져야 할 나름의 정치적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이 도발에 이은 대화로 실리를 취하던 과거의 패턴은 이미 유효성을 잃었다. 북한 스스로 체제안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기는 대미관계를 원점으로 돌리는 동시에 올 한해 한반도 평화 전망도 어둡게 할 뿐이다.
'전설의 돔 오픈이벤트'에서 국회의사당 돔이 열리면서 태권브이가 나오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경향신문DB)
공교롭게 제19대 총선일과 같은 날 출범한 김정은 체제는 우리가 인정하건, 인정하지 않건 결국 마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북한이 광명성 위성 발사는 물론 궁극적으로 핵무기 개발계획을 접지 않는 한 평화의 튼실한 토대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러한 비이성적 북한을 상대로 평화와 통일을 일궈내야만 하는 것이 한반도 남쪽에 사는 사람들의 숙명적 책무이다. 곧 출범하는 19대 국회도 한몫을 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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