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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우 논설위원
사람은 누구나 외부의 속박이나 제약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기를 원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는 자유인이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온갖 인간관계와 이해관계 등 촘촘한 그물망 속에서 그러한 소망을 이루기는 참으로 어렵다. 평범한 생활인으로서 잠시나마 자유인이 되고 싶다면 아무런 사전계획이나 준비 없이 무작정 여행을 떠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선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것 자체가 해방감과 여유를 안겨줄 것이다. 여행이 주는 특유의 흥분과 기대감도 소중한 소득이 될 것이다. 발길 닿는 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다니면서 풍광과 사람들을 접하다 보면 문득 자유인이 되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친구 앤디를 만나기 위해 가석방 규정을 어긴 채 국경을 넘어 멕시코의 태평양 연안으로 떠나는 레드(모건 프리먼)는 설레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혼잣말을 내뱉는다. “이것이야말로 자유인만이 느낄 수 있는 흥분이다. 끝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긴 여정을 떠나는 그 자유인 말이다.”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레드의 본명 ‘프리먼(Freeman)’의 뜻이 바로 ‘자유인’이어서 그의 독백은 더욱 묘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듯하다.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가 이문동 거리에서 유세하고 있다. (경향신문DB)
이번 4·11 총선에서 낙선한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가 ‘자유인 선언’을 했다. 그는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지 1시간 뒤인 11일 저녁 7시쯤 “이제 비아냥 받지 않고 공약으로부터도 해방되는 자유인으로 살겠다”며 정계은퇴의 뜻을 밝혔다. 출구조사에서 상대 후보에게 13% 뒤졌다고는 하나 개표가 7.5%밖에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흔연히 패배를 받아들이고 자유인의 길을 가겠다고 천명한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른바 ‘모래시계 검사’로 정계에 입문한 뒤 4선 의원과 집권당 대표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았지만 온갖 정치적 이해관계와 갈등 따위가 그를 옭아맸을 것이고, 때마침 패배의 예감이 들자 미련없이 속박의 동아줄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따지고 보면 홍 전 대표만큼 ‘언행의 자유’를 마음껏 누린 정치인도 드물다. 그는 특유의 저돌성과 강단으로 대중적 인기를 끌었지만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여러 번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비록 자발적 의지가 아닌 민의에 의해 자유인이 되긴 했지만 ‘끝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긴 여정’을 떠나는 그의 뒷모습이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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