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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기자회견에서 “빠른 시간 안에 불법사찰 방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이 총선 승리 후 일성으로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를 언급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실제로 불법사찰·은폐조작 사건의 진상을 끝까지 밝혀내겠다는 뜻이 있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고양이 가면 쓴 시민들 민간인 불법사찰 규탄 (경향신문DB)



불법사찰은 말 그대로 ‘불법’이다. 절도 방지법이나 성추행 방지법이 불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따로 방지법을 만들 필요가 없다. 기존 법률로도 처벌이 가능하고, 과거 자행된 불법사찰의 진상을 규명하면 그것이 재발을 막는 효과를 낳게 된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과거’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총선 과정에서 “불법사찰 문제는 특검에 맡겨두고 정치권은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더니, 어제 기자회견에선 특검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특검을 언급한 것은 총선용 사탕발림이었던가.


그러나 총선이 끝났어도 불법사찰을 둘러싼 의혹은 커져만 가고 있다. 소환 요구에 불응해 지명수배된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 폭로를 예고하자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특별접견’하고 입을 막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5000만원어치 ‘관봉’을 안긴 류충렬 전 공직복무관리관은 자금 출처를 두고 매일 오락가락하고 있다. 처음에는 ‘십시일반’으로 모았다더니 ‘가까운 지인이 마련해줬다’고 말을 바꿨다가 ‘사망한 장인이 준 돈’이라는 어이없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박 위원장이 진정으로 불법사찰 척결 의지를 갖고 있다면 약속한 특검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물론 야당의 ‘사찰 청문회’ 요구까지 수용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19대 국회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한 만큼 크게 두려워할 까닭도 없다. 더욱이 박 위원장 스스로 사찰의 피해자임을 호소하고 있지 않은가. 사찰 피해자가 과거 사찰 사례는 외면하면서 ‘미래’만 이야기할 때 그 ‘미래’는 힘을 잃는다. 불법사찰 방지법 제정 약속이 ‘노무현 정부도 사찰했다’는 주장에 이은 물타기 2탄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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