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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그제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에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공통과목으로 신설해 국정으로 발행하는 방안을 내비쳤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는 “전혀 검토한 바 없다”며 꼬리를 내렸다. 어제는 교과용 도서 구분 기준안 및 한국사 발행체제 개편 정책연구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우익단체와 뉴라이트 계열의 한국사 국정화 찬성론자를 대거 발표자와 토론자로 내세웠다. 지난달 26일 개최한 1차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국정화에 반대하자 찬성론자 일색으로 2차 토론회를 꾸린 셈이다.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지 못해서 안달하고 무리를 일삼는 교육부의 모습이 눈 뜨고 보기 민망할 지경이다.

비단 한국사만이 아니라 어떤 교과서든 국정으로 발행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국제사회의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임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상황이다. 교과서 국가 발행이 박정희·전두환 정권에서 독재를 정당화하고 미화하는 수단이 됐던 어두운 역사를 다시 언급할 것도, 학생의 알권리와 교사의 학문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 헌법정신에 어긋난다고 새삼 강조할 것도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교과서 국정체제를 채택한 나라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국정화가 설 땅이 어디인지 분명히 드러난다.

주요 국가 중등학교 교과서 발행체제 (출처 : 경향DB)


정부·여당과 보수진영 일각에서 제기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주장은 여권이 주도해온 이른바 ‘역사전쟁’의 결과라는 건 모두가 아는 바다. 친일·독재 미화와 숱한 표절·오류 등으로 비판받은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교육부의 기존 검정 체제와 절차마저 무시한 비호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서 0%나 다름없는 채택률을 보이자 나온 방안이다. 권력과 정치의 필요에 따라 정책이 좌우된다면 그것은 이념·역사전쟁의 앞잡이 내지 하수인 노릇을 하는 데 불과하다.

교육부는 1차 토론회의 결과를 받아들여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어야 한다. 그럼에도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공통과목 국정 발행으로 한국사 국정화 명분을 쌓으려고 꼼수를 부리다 망신을 당하는가 하면 토론회를 찬성론자 일색으로 구성하는 무리수로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교과서 국정화는 성공할 수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교과서가 개정되는 것은 국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교과서 국정화 논란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고 사회적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정부·여당과 교육부는 국정화의 허황된 꿈을 하루빨리 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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