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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를 지금의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어제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큰 방향은 이미 잡혀 있고 마지막 단계로 더 논의해 발표하는 수순만 남은 듯하다. 2017년이나 2018년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고, 그 전에라도 수험생들이 받아들이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연착륙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게 황 장관의 말이다.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은 수험생의 과도한 학습 부담과 사교육비 경감 차원에서 올해 들어 유력하게 논의됐던 사안이다. 영역별로 석차를 매겨 9등급으로 나누는 현행 상대평가는 학생을 서열화시키고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제도인 것은 분명하다. 1등급(4%)을 변별하기 위해 난도를 높일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사교육 수요 증대의 중요한 요인이 돼온 것도 사실이다. 문제를 쉽게 낸다고 해서 사정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실수 하나로 등급이 갈리는 구조에서 수험생의 학습 부담과 스트레스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만점자가 많이 나와도 상관없는 절대평가는 이런 문제점을 완화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긍정론의 큰 줄기다.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어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15학년도 대입 수능시험 모의평가가 실시된 지난 6월12일 서울 배화여고 학생들이 시험 직전 교실에서 책을 보고 있다.


부정적인 의견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대입 제도와 열기가 지속되는 한 영어 사교육과 학습 부담이 국어·수학 등 다른 영역으로 전가되는 이른바 ‘풍선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그 하나다. 영어 학습 부담이 경감되면 창의·인성·협동·탐구 수업이 가능하다는 기대와 달리 학생들의 관심이 떨어지고 영어 실력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영어 변별력 약화를 핑계로 대학이 별도의 시험을 실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고 영어 교육을 정상화하는 데는 수능 영어 절대평가 방안이 하나의 대안일 수는 있지만 부작용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쉬운 수능 기조와 절대평가 도입을 다른 영역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 등 큰 틀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단지 “사교육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영어 사교육 부담을 대폭 경감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는 수단으로 머물러서는 안된다. 그 취지를 백분 살리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수능제도와 대입전형 전반을 그런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과 비전을 함께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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