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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어제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을 발표했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등학생이 되는 2018학년도부터 고교에서 문·이과 계열 구분 없이 1학년 때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한국사를 공통과목으로 가르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공통과목을 끝낸 2학년부터는 문·이과 진학 등 각자 필요에 따라 고교 단계의 기본적인 교과인 ‘일반선택’과 심화·융합 학습을 위한 ‘진로선택’ 등의 선택과목을 배우도록 했다.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 효과가 의심스러울 뿐 아니라 교육현장의 목소리와는 동떨어져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교육과정 개정이 너무 잦다. 1997년 제7차 교육과정 이후 2007년 개정부터는 한 해를 걸러 한 번씩 크고 작은 개정이 이루어지는 꼴이다. 지금 초등학교 6학년생은 중3까지는 2009와 2011 교육과정으로 공부하다가 고1 때부터는 2015 교육과정으로 교육받게 된다. 이래서야 교육현장이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백년대계는커녕 당장 내일조차 기약하기 어려운 판이다. 여러 교원단체가 지적하듯이 ‘문·이과 통합’이라는 용어부터 문·이과 구분 없이 대학에 지원한다는 뜻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등 부적절하다.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 (출처 : 경향DB)


새 교육과정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과 관련해서도 논란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고교 공통과목인 사회·과학의 경우 각 과목의 기본적인 내용을 ‘대주제’(Big Idea) 중심으로 통합적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교과서를 국정 체제로 개발한다고 하면서다. “새로 생기는 과목인 만큼 처음에는 국정으로 발행하는 것”이라는 교육부의 설명과 달리 시대착오적이고 국제사회의 흐름을 거스르는 처사임은 물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기 위한 명분 쌓기용 꼼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논란이 불거지자 교육부는 통합사회·과학의 국정 발행은 아직 확정된 게 아니라고 말을 바꿨다. 졸속정책임을 자복한 셈이다.

정책의 실효성도 문제다. 교육부는 교육과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그와 짝을 이룰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함께 내놓지 않았다. 새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은 수능제도 3년 예고제에 따라 2017년 발표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대입전형에 대한 청사진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초·중등 교육과정은 수능을 포함한 대입과 대학교육 과정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현실을 외면한 것이다. 졸속이고 실효성도 의심되는 것이 드러난 이상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교육부는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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