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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한 여야 간 협상이 다시 난항을 겪고 있다. 최대 난관인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에서 절충점을 찾아 합의문까지 쓰는 단계에서 협상이 틀어졌다. 자유한국당이 추가경정예산의 필요성을 따지기 위해 청문회를 열자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13일 이런 논리를 내세우며 국회에서 ‘재해 및 건전재정 추경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민생이 어렵다고 하면서 다 성사된 국회 정상화 합의까지 틀어버리는 제1야당의 처사에 말문이 막힌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6월13일 (출처:경향신문DB)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경제청문회를 열어 무엇이 문제인지 소상히 밝히고, 이를 수용하지 못한다면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정책 집행자의 자격도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명백한 모순이다. 정부가 경제를 운용하는 것은 맞지만 야당이라고 해서 책임이 없는 게 아니다. 정부가 하려는 일에 일부라도 협조했다면 여당을 마음껏 비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정부의 경제정책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었다. 경제가 ‘폭삭 망했다’면서도 추경은 논의조차 거부했다. 직접 민생을 챙긴다며 국회 밖으로 돌았다. 이제 와서 왜 추경이 필요한지 따지기 위해 경제청문회를 열자고 하니 말이 안된다. 한국당이 갑자기 청문회를 요구하는 속셈은 뻔하다. 청문회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한껏 비판한 뒤 그것을 명분 삼아 등원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이미 국회를 외면할 수도, 추경을 거부할 수도 없게 돼 있다는 것은 온 천하가 안다. 국회에 등원해야 한다는 압박이 당내에서도 커지고 있다. 장외투쟁의 역풍에 밀려 등원하면서 명분까지 챙기겠다는 것은 시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 합의를 틀어놓고 “청와대가 야당을 조롱하고 압박하면서 재를 뿌리고 있는데 어떻게 국회를 열 수 있겠느냐”고 또다시 남 탓을 했다. 한국당은 지금 등원에 조건을 내걸거나 명분을 따질 상황이 아니다. 국회가 공전하는 데 실망한 시민들이 한국당 해산 청원에 이어 국회의원 소환제를 거론하는 판이다. 한국당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것이다. 아무리 제1야당이라고 해도 정부 비판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 그게 건강한 여야관계이고, 민주주의다. 중재를 맡아온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이번 주말까지 국회를 열지 못하면 단독소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더 이상 민생을 외면하지 말고, 남 탓도 하지 말고 국회로 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민생을 팽개쳐놓고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말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자문해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도 야당 설득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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